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물가가 심상치 않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며 느끼는 체감은 장난이 아니다. 7~8만 원이면 가득 차던 기름 탱크가 10만 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하다못해 식용유까지 오르고 있다. 밀가루 역시 이미 한계를 넘겼고 유가에 영향을 받는 모든 생필품은 오름세가 멈출 줄 모른다. 건축자재까지 일찌감치 최대치로 올라 건축 계획을 잠시 미루었던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서민에겐 총체적 난국이다. 상승 현상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아직 진행 중이니 더욱 걱정이다. 뚝방 터지듯 갑자기 무너지는 풍요가 눈에 보일 정도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두려웠던 일본식 고물가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민의 시장바구니는 점점 가벼워지고 자동차 운행은 최소화로 버티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기득권이 전혀 느끼지 못하는 서민들만의 애환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을 넘어서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있다. 중앙의 레거시 언론에서 다루는 윤 대통령 태평성대기사들이다. 당선 초기의 허니 문 기간임을 참작해 좋게 해석을 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모두 알다시피 비공개 공간인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한가롭게 촬영한 사진이 영부인 팬 카페 회원 손을 통해 유출되고, 산불이 국민의 목숨과 재산권을 위협하고 있는 순간에도 대통령은 축구를 구경하며 손흥민 선수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의전을 치르고 있었다. 물론 모든 국민이 좋아하는 선수지만 꼭 그 시기여야 하는지, 꼭 본인이 훈장을 수여해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보통 훈장은 해당 장관이 수여하는 것이 통상적이기에 그렇다.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의 통제는 차치하고, 갑자기 빵을 구매하며 일대의 교통을 마비시킴은 물론 경호원의 움직임을 은근히 즐기는 대통령 놀이는 이제 기본이다. 서민과 다가가는 소통의 방법 운운하지만 이건 소통이 아니라 고통이다. 극장에서 팝콘을 나누며 영화관람을 즐기는 사진 중계 역시 영부인의 팬클럽을 통해 노골적으로 홍보성으로 유출되었다. 문제는 북한에서 방사포를 쏘며 위협을 했지만, 언론은 대통령 부부의 오붓한 영화관람을 먼저 다루었다. 이유는 미사일이 아닌 방사포는 염려할만한 것은 아니어서라고 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당시, 북에서 방사포 몇 발을 발사하자 국가가 전복할 것처럼 떠들어대며 방사포의 위력을 설명하던 언론들은 별 것 아니어서라는 새로운 평가를 했다. 같은 방사포가 대통령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상 최대의 급속 물가상승을 전혀 의식하지 않으며 내 맘대로 고위층 인사에 뿌듯한 만족감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도 이해가 힘들기만 하다. 지명된 인물은 과거의 인연이니 자연스럽게 검찰, 그것도 특수통들이다. 너무 검찰 위주 아니냐는 질문에 필요하면 더 하겠다라는 당당함은 일부 강성 지지자의 존경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이게 법치국가라는 발언은 그의 내면적 정치철학에 정점을 찍었다.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인물이 법치와 정치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타결된 화물연대의 농성 역시 이해를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예상대로 대응은 법대로였다. 그래서 검사들을 주요 직에 배치하고 법치국가를 주창하는가 보다. 과거 전임 대통령의 부인들 역시 초기에 카메라를 통한 관심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출 방법은 전혀 달랐다. 사적인 팬들이 아니라 공적인 정상 노선을 통해 다루어졌다. 착용한 의상이 5만 원이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기백 만 원이면 침묵하는 이상한 언론은 대한민국을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다. 영부인의 슬리퍼와 셔츠의 가격이 궁금한 국민은 없다. 북한이 방사포를 쏘아도 영화를 즐기는 대통령을 걱정하는 국민만 있을 뿐이다. 허니문 기간에 긍정 평가가 40%대를 기록한 대통령은 없었다. 물론 국민의 지지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고 나만의 길을 가겠지만 기록적인 고물가 시대에 서민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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