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북구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영광군 터미널시장에는 봄이면 행자 또는 행자나물로 불리는 것을 파는 곳이 있다. 오일장이 열린 지난 51일 영광터미널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노점에서 행자로 불리는 것을 판매하는 분이 계셨다.

그분은 직접 채취해 왔다며 행자나물에 대해 윗지방에서는 나문재로 불리는 나물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행자는 나문재와 다른 식물이었으며, 정식 이름은 해홍나물이었다.

해홍나물은 갯벌의 주요 염생식물로 잎은 긴 바늘 모양이고, 통통하게 생긴 다육성이며, 1년생 식물이다. 토양염 농도가 평균 16dS/m 이상의 강한 염류토양에서 자라며, 침수에는 약하고 건조에는 강해 갯벌에서는 주로 만조선 지점부터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광터미널 시장에서 판매했던 해홍나물은 칠면초처럼 전체적으로 다소 붉은 색기를 띄었는데, 이것은 어린 시기의 색이며, 좀 더 자라게 되면 녹색으로 바뀌고 가을에는 다시 붉은 색기를 띤다.

염생식물은 자생지가 한정되어 있고, 그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는 차별성이 강점이다. 그래서 영광터미널시장에서 해홍나물을 판매했던 분이 직접 채취하였다는 말에 자생지가 궁금해 2022523일 무작정 영광군의 군남면을 찾았다.

군남면에서 처음 만난 주민에게 행자를 아느냐고 질문을 하였더니 다행히도 잘 안다고 해서 행자 자생지의 사진 촬영차 법성포 쪽의 갯벌이 많은 곳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자 그 주민은 염산면 두우리 염전 근처에서 보았다면 그쪽으로 가길 권했다.

군남면에서 만난 분의 안내대로 영광군 염산면 두우리의 염전이 있는 곳으로 가서 염전의 둑과 인근의 논에 있는 식물들을 조사하니까 칠면초와 함께 해홍나물이 상당히 많았다. 그 모습에서 20여년 전쯤 무안군 망운면 바닷가에서 본 세발나물이 연상되었다.

20여년 전쯤 세발나물의 작물화 연구를 위해 자생지를 찾아다니면서 맛이 좋고, 바닷가에서 겨울에서 생산되는 장점으로 인해 작물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었다. 이후 세발나물은 작물화가 되어 연간 수십억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영광 염산면 두우리 염전 근처에서 본 해홍나물 또한 염전의 둑 경사면에서 우점해 있었으며, 인근 논둑에도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재배가 어렵지 않은 식물로 판단되었다. , 염전 인근, 만조선 부근, 간척지, 기수지역에서 재배하여 소득작물로 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해홍나물을 재배할 경우 독특한 맛, 기능성, 염색식물이라는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과 함께 생산지의 한계성으로 인해 홍보만 뒷받침되면 판매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해홍나물은 영광군의 특산 신소득 작물의 개발과 육성이라는 측면 외에 영광 음식이나 영광 음식의 상차림 차별화에도 유용하다.

해홍나물을 조사하러 갔었던 날 영광군 염산면소재지 식당에서 한우 생고기 비빔밥을 먹었는데, 다른 지역과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 만약에 생고기 비빔밥에 해홍나물을 조금만 넣어도 차별화가 되고, 영광군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산 쇠고기 비빔밥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영광군에서 조상들이 먹어 왔던 해홍나물은 이처럼 특산 소득 작물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며, 영광군 음식을 개성화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식물로 평가되었다. 이 자원을 죽이든 살리든 영광군과 지역민들의 몫이지만 지역자원의 활용과 먹거리 다양화 측면에서 사장(死藏)시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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