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 서예가, 전 교장

순찰차를 탄 교통순경 두 명이 교통체증으로 도로에 멈춰 서 있었다.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다가 둘 중 젊은 경찰관이 앞에 보이는 뽑은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BMW를 힐끗 쳐다본다. 운전자는 담배 연기를 흠뻑 들여 마셨다가 입 밖으로 뿜어내고는 시트 위에 재를 털고 있었다. 젊은 경찰관은 외쳤다. ‘저것 보셨지요. 저 사람이 방금 자기 차에 재를 털었어요. 저건 새 차라고요.’

이것이 바로 그 경찰관의 통찰이었다. 누가 새 차안에 담뱃재를 털겠는가? 그 차의 소유주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가 그 차를 빌렸더라도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 차를 훔친 자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까? 경찰관은 경광등을 켜고 차를 추격하였다. 인지과학자 케리 클라인이 제시한 통찰에 대한 예화이다.

통찰력이란 보이지 않는 부분을 알아채는 능력이다.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한쪽 면만 보지 않고 다방면에서 바라보고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삶이 풍부하고 행복하다.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 더 인간답고 너그러울 수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은 결국 통찰력과 관련된다. 그래서 지식 그 자체 보다는 지식이 통찰력으로 전환되는 교육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아이가 엄마 싫어!”하며 운다고 하자.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을 때 난감할 수밖에 없다. 왜 울까? 진짜로 엄마가 싫은 것일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일까, 밖에서 심하게 화 난 일이 있는 것일까? 얼른 알아차린다면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퇴근했는데 아내가 시무룩해 화가 나 있다. 말도 없다. 왠지 답답하고 불안하다. 이때 훌륭한 남편이라면 아내의 시무룩해 하는 심정을 금새 알아챌 수 있다. 이때 동원되는 능력이 바로 통찰력이다.

여기 예를 든 아이나 아내를 직장 동료나 상사 또는 친구나 사업 파트너라 생각해 보자. 내 인생에 얼마나 소중한 능력인가!

인간의 삶은 온통 통찰의 연속이다. 그래서 통찰 능력이 삶의 능력이 된다. 통찰력의 정도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문제나 사건을 보는 눈,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채는 능력, 일상생활에서 바른 판단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일들이 다 통찰력의 소산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은 통찰의 기본지식이 된다. 국어나 사회, 심지어 미술이나 음악도 결국 인간의 통찰력을 향상시키는 요소가 된다.

학교에서 배우고 책을 많이 읽어 터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험학습을 많이 하여 직접체험의 기회를 늘여 준다면 더욱 좋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많이 주어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통찰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식은 물론 통찰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지식들이 순간적으로 통찰로 연결되려면 실제 상황에 많이 부딪혀 보는 것이 좋다.

부모님들이 통찰에 관심을 갖게 되면 아이들의 통찰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

통찰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이 토론이다.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그 사안에 대해 이모저모 꼼꼼히 따져보는 버릇을 길러준다. 가정생활에 있어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지고 함께 토론해 보는 기회를 갖는다.

유리창이 깨졌다. 왜 깨졌을 것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이들과 의논한다. 여행을 갔는데 어디에서 자면 좋을까 이야기를 들어본다. 물건이 없어졌을 때 왜 그 물건이 없어졌는지 서로 의견을 들어본다.

이렇게 한 면만 보지 않고 다각도에서 검토하는 훈련을 통해서 통찰력은 자연스럽게 길러지게 된다. 이렇게 길러진 통찰력이 아이들을 더욱 성숙하게 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고, 생활에서 부딪치는 일을 올바르게 처리하는 힘이 되어 성공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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