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국민이 국가 걱정을 하고 있다. 원인은 자신의 현실 불안에서 출발하지만 크게는 공동체인 대한민국의 불안이다. 우리 지역의 현안도 직시하지 못하면서 거창하게 국가 운운하기가 부끄럽지만, 현실의 답답함에 다시 딱딱한 명제로 들어간다. 가장 큰 궁금증은 한국 정치는 왜?’이다. 여야가 합동으로 아주 난장판을 벌이고 있다. 근본의 원인을 떠나 국민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다. 주위의 대부분 호소가 뉴스를 틀어 놓고는 밥을 먹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만에 이른바 취임덕에 빠지자 핵심 권력들은 벌써 권력 나누기에 혈안이 되었다. 조선 시대의 왕 외척 세력과 권신 간의 힘겨루기 모양새다. 국가를 이끌 최고 정점의 리더가 중심이 없으니 주위가 중구난방이다. 문제는 무능이 아니라 이성의 부재다. 이성은 정확한 판단을 끌어내고 판단은 실행의 방향이 된다. 이러한 연결 구도를 무너뜨리는 원인은 바로 욕심이다. 공익을 위함이 아닌 이기적 욕심에는 약이 없다. 욕심은 부도덕을 만드는 매개체가 되고 부도덕이 사람을 부패하게 만든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 ()’라는 인격체를 대비시키면 모든 상황 판단은 달라진다. ‘라는 존재는 모든 평가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부도덕의 세상에선 갑자기 나는 투명 인간으로 변한다.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항시 자신은 옳다. 자신을 합리화라는 단어로 치장하고 독자적인 이성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보다 우월한 상대는 끌어 내리고, 폄하하고 끌어내린 상대에게 자신의 실수는 대비시킨다. 그래서 실수는 실수가 되지 않으며 과오 역시 과오가 되지 않는다. 세상은 물리적으로 성향이 비슷한 성분끼리 뭉친다. 성어로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그래서 실세를 따르는 언론의 성향도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이들에겐 오보도 오보가 아니고 왜곡도 왜곡이 아니다. 그래서 사과라는 행위는 불필요하다. 가장 강력한 무기인 자기 합리화와 책임 전가로 무능과 몰염치를 포장하고 치장한다. 입으로는 국민만 바라보고 나가겠다고 말하고 국정 지지율은 의미 없다.”라고 한다. 국민만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분이 국민이 보내는 시그널은 의미가 없다고 하는 이상한 논리를 펴는 것이다. 이들에게 결핍된 요소는 무엇일까. 욕심이 먹어치운 도덕이 아닐까. 나만 항시 옳다는 오만에 이성은 덮이고, 넓게 보지 못하는 편견에 판단력은 묻혔다. 사회는 인성을 원하지만 온통 기술자로 가득하고 사익을 위해 공익을 버리는 공인(公人)들로 넘쳐난다. 공교육이 무너진 대가는 갈수록 더 큰 쓰나미가 되어 대한민국을 위협할 것이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는 중용에서 성실을 논했다. 이기적 성실이 아닌 천하를 위한 성실이다. “성실하면 드러나고, 드러나면 뚜렷해지고, 뚜렷해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움직이고, 움직이면 변하고, 변하면 교화된다.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실이라야 교화시킬 수 있다.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爲能化)” 자신에게 성실하지 못하면 진실이 없는 삶이 된다. 그래서 성실은 세상을 향한 변화를 추구하는 가장 좋은 길이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자신까지 완벽하게 속이며 사는 부류가 국가를 좌우하는 중요 위치에 앉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거짓 삶에게 정확한 이성적 판단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당장 다가올 국민 미션은 경제의 압박이다. 더욱이 정부에서 중국과의 손절을 공표하고 유럽과의 교역을 강조했다. 자신들이 입고 쓰는 물건들이 주로 유럽산 고가의 명품이다 보니 서민이 저가의 중국산에 기대어 사는 아픔을 모르는 것이다. 현재 IMF이래 최고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가 중국과의 교역이 27%에서 23%로 떨어진 만큼이란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니,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억대가 넘는 목걸이를 차고 다니는 계급층이 할 걱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답은 국민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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