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최근 대통령 집무실 공무원 특별채용 문제로 나라가 뜨겁다. 사안이 처음이거나 특별한 경우여서가 아니다. 선거 캠프에서 보상으로 이어지는 특별채용은 과거 여러 정부에서도 행해졌던 일이었고 더욱이 불법 또한 아니었기에 큰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던 일종의 관행이었다. 문제는 관행을 빙자한 불공정은 참아 넘긴다 해도 대응하는 집단의 의식이다. 특히 최전방에서 방어에 나선 여당 대표의 발언은 정상이 아니다. 젊은 층의 분노를 넘어 전 국민을 감성 불안 정권으로 몰아넣었다. 정권을 잡기 위해 표제로 삼았던 공정과 평등은 물론 윤 대통령이 주문처럼 달고 사는 헌법 정신에 의거한 법치는 상황을 그럴듯하게 치장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변했다. 그 발언의 이면에는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어떠한 언행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러한 상황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자신 위주 의식 구조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여건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자기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타인의 배려는 경험하지 못한 일방통행식 의식의 흐름을 삶의 지향점으로 삼은 부류의 공통점일 것이다. 이러한 의식은 공무원 특채 정도의 특권은 승자의 보상 정도로 여기기 마련이다. 전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20만 명에 가까운 9급 공무원 준비생의 애환은 자신들의 특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선거에 협조하고 정치 후원금을 낸 우리 편의 당연한 보상적 잔치일 뿐이다. 그리고 9급 공무원 정도의 보상은 너무 작은 것이고 적어도 7급은 주어졌어야 한다. 과연 이러한 현상은 현 중앙 정부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각 지방 정부 역시 이러한 캠프 보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시장 군수 선거에서 나타나는 강성 협조는 그만큼의 보상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미국식 속담으로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의미다. 영광군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책이 민생을 위한 봉사직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정당한 직업으로 자리매김을 한 게 불과 삼십 년에 불과하지만, 나무 사발에서 철밥통으로, 다시 녹도 슬지 않는다는 스텐 밥통으로 진화하면서 취준생들에게 선호 1~2위를 다투는 직종이 되었다. 여기에 지방자치라는 호재가 주어지면서 민선 자치장에게 부여된 인사권은 강력한 힘을 주는 상징적 무기가 되었다. 이른바 특별채용이다. 선거에 적극 협조한 사람들의 자녀들은 계약직으로 시군 청에 입성했고, 2~3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평생을 보장받는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다시 일반직으로 임용되어 치열한 공채 없이 스텐 밥통을 꿰찬다. 이렇게 부모 찬스로 실력과 능력의 검증에 구애받지 않은 인재는 공무원 전체의 30%에 가까운 자리를 차지한다고 한다. 여기서 심각하게 타격을 받는 쪽은 오히려 당당한 실력으로 합격한 공채생들이다. 가장 중요한 승진이 실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영혼까지 깊숙이 실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갑질과 민원 상담 미숙은 특채 공무원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지만 대안은 전혀 없다. 결코 중앙 정부만을 지탄할 일은 아닌 것이다. 심각한 캠프 특채는 지방 정부에서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지역도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투명한 행정과 인사가 이루어지리라는 기대를 한다. 당선이 선민이 되지는 않는다. 내 편을 위한 보상을 특별한 신분에서 행하는 선민의식에서 찾는다면 공정을 부정한 표와 맞바꾸는 것이 된다. 이제 지방자치 30년을 넘겼다. 사람으로 치면 세상을 책임질 나이가 되었고 세월로 계산해도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다질 충분한 시기가 되었다. 관행은 대부분 힘 있는 쪽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특별채용이라는 관행은 일반적 채용이 힘든 특수한 상황에서 선택되어야 하며, 전문가가 아니면 안 되는 자리에만 별정의 형식으로 채워져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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