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혹은 과거부터 그래왔는지도 모른다. 고려 시대부터 실시됐던 과거제도 역시 실력대로는 아니었으며 심지어 조선의 음서제도는 지금의 특별채용과 아주 많이 닮아있다. 당시는 아버지의 벼슬이 높은 게 조건이었지만 현재는 벼슬과 인맥이 같이 작동한다는 것만 달라졌을 뿐이다. 조선의 음서는 형제 중 한 명에게 주어졌던 특권이지만, 부정 과거는 권력에 따라 상상을 뛰어넘는 방법이 동원되곤 했다. 결국, 권력가의 자식들은 다시 아버지의 뒤를 이었고 양반이라는 신분제는 최고의 특권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세력 형성과 유지를 위해 자녀의 혼인으로 다시 중첩적인 인척 관계를 형성하곤 했다. 현재 권력과 재벌의 혼인으로 연맹을 이어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과거부터 이어진 특권층의 싹쓸이 신분제는 아직 진행형이다. 여기에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불길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되었고 전국의 모든 지방 행정청은 선거 인맥으로 특별 채용된 직원으로 상당수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 된 것이다. 문제는 실력이지만 염려할 게 못된다. 어차피 정원을 벗어난 공무원의 숫자와 방만한 운영은, 실력 위주의 철저한 검증을 통한 승진을 상실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은 공채와 특채로 정확히 구분 지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공무원 준비생의 치열한 노력에선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게 사실이고, 특채생의 일부가 공무를 수행하는 데에 전혀 능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게 문제이다. 이른바 으로 들어온 특공(특별채용공무원)이다. 요즘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 역시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실력 무검증의 단순 인맥 채용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최근엔 자식 하나 특공으로 들여보내지 못하는 부모는 무능력의 상징이다. 자식을 치열한 공채의 다툼 장으로 몰아넣지 말고 스스로 출마자의 캠프로 들어가면 자식 사랑을 실천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승진은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채 공무원에게 특별히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되는 셈이다. 조선의 음서제도보다도 훨씬 강한, 능력이 실력이 되는 세상이다. 요즘 공무원의 직업 윤리관 역시 문제이다. 민원인에게 되돌아오는 부작용이 상당히 심각하다. 공직의 의미는 민원 봉사지만 먹고 사는 직업의 한계 역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직업이 되었고 민원을 위한 봉사는 다음이 되었다. 여기서 도출된 문제가 사라진 긍정적 마인드이다. 일 이년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순환보직은 전문인 양성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확실하지 못한 행정행위는 일단 안 되는 방향을 택하게 했다. 그래서 유럽 선진 행정은 되는 방향으로 검토를 하지만 한국은 일단 안 되는 방향으로 선정을 하고 출발한다는 말이 나왔다. 이러한 난관을 돌파하는 방법은 민원인이 직접 상급기관에 질의하거나 법전을 뒤져가며 공무원과 다투는 것이다. 스스로 JS(진상) 민원인으로 전락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행정행위라면 그나마 참을 만하다. 하지만 군민 전체에게 큰 해를 입히는 행정은 용서가 힘들다. 법성포 매립지에서 발생한 거액의 사업자 손해를 우리 세금으로 보상해 주었고, 군민이 반대했던 해안로 해수탕 역시 사업의 실패로 30%도 보전하지 못하고 처분했다. 당시 행정 책임자들이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행한 사업이었다면 절대 덤비지 않았으리라 확신한다. “손실은 군민의 세금으로…….”가 답이다. 대한민국엔 책임 행정제가 없다. 그래서 백제불교도래지 같은 스토리 텔링에 불과한 사업이 이어질 가능성을 항시 내포하고 있다. 행정의 유능은 공무원의 실력과 맥을 같이한다. 새 출발 하는 군수는 지금까지의 군수들과는 무늬가 다르다. 망치보다는 펜을 선호하는 쪽이다. 지역의 문화가 죽으면 정서가 메마르고 정신도 죽는다. 30년 문예 암흑기를 벗고 문예를 살려야 영광이 산다. 문예 복합관이 절실한 이유이다. 영광 최초의 문화 군수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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