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수필가 곽일순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예상했지만 현 정부는 적당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심지어 대통령은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서 퇴근을 했다. 친여 언론은 그래도 일편단심 변론에 여념이 없다. 가장 객관적으로 세상을 봐야 할 기자는 대통령님 힘내세요를 외쳤고 외신은 미국 하원 의장 낸시 펠로시 패싱을 다루고 있다. 정무는 불균형과 불통으로 엇박자를 만들고 장관과 용대실의 발표는 하루 만에 뒤집힌다. 아무리 처음이라지만 이 정도면 심하다. 여기에 당정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대놓고 저격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원내대표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여당의 대표는 최고 권력과의 유대감을 자랑하기 위해 핸드폰의 문자를 미필적 고의로 공개했다. 그리고 분열은 진행 중이다. 내부를 향한 저격은 한심함을 넘어 정치적 회의감마저 들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여당의 문제만이 아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대선 때부터 내부저격에 시달려 왔다. 진보 쪽 평론가들은 대부분 이를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소위 똥파리란 은어로 표현되는 이들이 날린 내부저격용 SNS를 통한 문자는 실제 내게도 하루에 한 두통은 날아들었었다. 대장동 사건 역시 이들에게서 본격적으로 날아들었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도배 되었다. 이렇게 내부에서 시작된 저격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재명 당시 후보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좋은 의미의 줄탁동시(啐啄同時)가 아니라 나쁜 줄탁동시였다. 현재 치러지고 있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에서 나타나는 현상도 별로 다르지 않다. 젊음을 대표한다는 참신의 대명사 후보가 벌이는 선출 판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 정책이 아닌 ---네 탓이다. 현 정부가 최대의 무기로 삼고 있는 네 탓(문 정부 탓)’과 데자뷔를 이룬다. 대선과 지선의 모든 책임은 이재명 의원에게 있고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포화를 이재명 의원에게 퍼붓고 있다. 대선에서 내부 총질로 큰 상처를 입었고, 당 대표 선출에서 다시 같은 일이 반복 되는 것이다. 외부의 공격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내부의 공격은 아픔이 배가 되는 법이다. 그것도 사실에 기인하지 않은 무차별적 공격은 정적에게 허점을 알려주고 치르는 전쟁과 같다. 역사에서 알려주는 교훈 역시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의 공격이었다. 고구려는 연개소문 아들의 내분 때문에 무너졌고, 백제는 의자왕과 삼천궁녀 때문이 아니라 수하의 예식진이라는 장군의 반란 때문에 무너졌다. 후백제 역시 견훤의 자식들이 내분을 일으켜서 멸망했고, 후고구려의 궁예는 수하 장군이었던 왕건의 반란으로 애써 이룩했던 나라를 잃었다. 고려는 장군 이성계의 내부 역성 쿠데타로, 조선은 소위 을사오적이라는 이완용 일파의 내부 배신으로 나라를 잃었다. 우리 민족의 5천 년 역사에서 외부의 침입으로 국토를 상실하거나 나라를 잃었던 일이 있었던가. 청에게 당한 인조의 삼전도 굴욕도 국운은 유지되었으며 원의 고려 침략도 결국 협력 관계로 발전했을 뿐 국가를 상실하지는 않았다. 나라를 잃었던 사건에는 언제나 내부의 반란이나 적과의 동조자 혹은 권력을 향한 내부의 커다란 총질이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고구려와 백제라는 고대 강대국가가 너무도 허망하게 무너졌던 원인이 내부 총질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현대 정치권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사태는 권력을 향한 강한 지향점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이 특색이다. 자신의 사적 권력욕을 위해선 진성당원 75%를 유럽 축구에서 최악의 팬덤 단체로 악명 높은 훌리건에 비유하기도 한다. 젊음의 패기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방향이 틀렸다. 너무 흥분한 모습이다. 노련한 감정의 조련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젊음은 내부저격의 특권이 아니다. 진성당원 75%의 지지는 객관적인 인증이기에 당의 귀중한 인적 자원이다. 내부 총질은 결국 자신과 당까지 해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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