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하루가 여삼추 같다는 말이 있다. 현실이 아주 힘겨울 때 하는 말이다. 요즘 주위에서 백일이 천일 같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기쁘고 좋은 일이 가득하면 하루가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지만, 시간이 정체된 것처럼 더딤은 견디기 힘들다는 다른 표현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 백일을 맞으면서 확산되는 말들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이러한 현상이 지방정치가 아닌 중앙 정부에서 벌어지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가늠이 힘들 정도로 크다. 가장 말단 행정인 시군에서 벌어지는 무능은 국지적이지만 중앙 정부의 무능은 국가의 운명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정치 역시 지역민에겐 중요하다. 우리 영광군의 30년 지방자치의 결과를 돌아보면 답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길과 주차장을 확장하는 등의 외관 사업을 제외하면 남은 것이 없다. 물론 도시 가꿈과 물무산 둘레길 같은 외연 사업을 내걸면 결과의 외면성을 인정하겠지만 문제는 물질이 아닌 정신문화에 있다. 한빛원자력을 끼고 있는 관계로 농··수산물의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반대로 세금수입의 이점도 가진 곳이 영광이다. 원자력이 돌아가면서 현재까지 들어온 세수는 우리 생각보다 많지만, 그 명목으로 남은 시설 한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꾸준하게 들어온 세금은 모두 어디로 흘러 들어갔을까. 산밑까지 잘 포장된 길이 그 일면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웃 함평의 전 군수가 영광의 군수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역사적 자료와 물질, 돈이 풍부한 곳이 바로 우리 지역이라는 역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은 함평을 부러워한다. 공공미술관이 두 곳이나 있고 문화센터가 반듯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문화복합관 건설 계획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이젠 자괴감마저 든다. 장성 역시 문화센터 건립 계획이 세워졌고 이웃 고창은 연건평 일천 평방미터에 달하는 공립도서관(복합형) 건축에 들어갔다. 설계도를 살펴보는 내 손이 부끄러웠다. 수십 번을 반복하지만, 영광군은 30년째 문화 암흑기를 겪고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역대 군수가 문화라는 의미 자체를 무시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역의 정서는 문화에서 시작하고 삶의 질 역시 문예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간단한 원리를 애써 부정 혹은 외면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 무능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 대부분을 나는 존중한다. 지역을 살리고 죽일 만큼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최근 벌어진 중앙 정부의 사태를 봐도 리더의 지대한 역할론은 증명이 된다. 코로나 정책 평가에서 세계 톱을 찍었던 대한민국이 인구대비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로 발표가 되었다. 그렇게 주창했던 과학 방역각자 방역으로 우회했고 급기야 정은경 전 청장은 이순신에, 백경란 현 청장은 원균에 비유되고 있다. 당선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은경을 자르고 현 청장을 올렸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현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인 정치의 단면이다. 총체적 난국인 중앙에 비하면 그나마 우리 지역은 양호하다. 최악의 문화예술 정책만 빼면 말이다. 지방정부의 지탱은, 다시 강조하지만 트라이포드 정책에서 나온다. 문화재를 비롯한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한 보는 문화’, 향토색을 살린 먹거리 문화’, 지역의 정신을 느끼는 문화예술이 그것이다. 삼각대는 두 발로는 서지 못한다. 문화적 기반 시설이 영광처럼 백지상태인 지역도 흔치 않다. 이렇게 척박한 곳에서 타 시군에 뒤지지 않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지역의 문예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제 4차산업으로 진입해야 하는 현실에서 정신적 문화는 주춧돌 역할을 해야 하기에 신임 군수의 역량은 군민의 기대치와 일치해야 한다. 책임 관리의 무능은 죄악이다. 무능하면 하지 않는 게 미덕이고 도리이다. 그만큼 신임 군수에게 바라는 바는 크다. 30년 문예 암흑기를 이젠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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