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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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게의 성()까지 바꿔버리는 기생충

스파이더 크랩은 대양의 바닷속을 떼지어 다니는 갑각류로 태평양에서 가장 흔한 게 중 하나이다.

스파이더 크랩 중에는 기생따개비로 불리는 게가 있는데 이 게를 기생따게비라고 부르는 이유는 게로써의 번식기능을 상실한 체 따개비의 알을 낳는 도구로 변했기 때문이다.

따게비의 일종인 기생따게비는 숙주인 게의 호르몬을 변화시켜 수컷을 암컷으로도 만드는데 그 이유는 암컷이 수컷보다 알을 잘 돌보기 때문이다.

기생따게비의 유충은 감염되지 않은 게 유충의 몸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세포물질을 투입하는데 여기서 게의 영양분을 흡수하는 조직과 부화용 주머니가 만들어진다.

이때쯤이면 이미 스파이더게의 정체성은 없어지고 게의 알주머니는 물론 내부를 채우는 근육과 신경 등 모든 부분은 따게비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기생따게비는 게의 알주머니에 자신의 알을 낳은 후 알이 성장해서 부화할 준비가 되면 게를 조종하여 바다에 풀어놓게 한다.

그렇지만 게는 죽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으며 자신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한다.

기생따게비는 게를 아주 행복한 숙주로 만들어 자신의 알을 보살피도록 조종하는 것이다.

자신의 알로 여기는 게는 온 힘을 다해 다리를 움직여 알들이 물살에 잘 퍼져 나가도록 한다.

 

곤충을 조종하는 기생충

기생충의 숙주 조종은 어패류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사마귀는 강력한 앞발과 재빠른 몸놀림, 엄청난 식욕으로 숲속 곤충계에서 먹이사슬의 정점을 차지하는 제왕이지만 짝짓기가 끝나자 마자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고 이를 양분삼아 뱃속의 알을 키워내는 비정한 곤충이기도 하다.

곤충계의 제왕이라는 사마귀가 물가로 가 투신해 죽는 경우가 있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마귀의 몸에서는 사마귀의 알이 아닌 연가시라는 기생충이 빠져나온다.

기생충인 연가시는 가늘고 긴 유선형 동물로 보통 깨끗한 물에서 서식하며 주로 곤충에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넓게 퍼져있어 쉽게 발견되는 연가시는 곤충의 내장을 뚫고 들어가 최대 2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로 성장을 하기도 한다.

연가시는 귀뚜라미나 딱정벌레 등 곤충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기생을 하며 성장을 마친 후에는 숙주가 물을 찾아 뛰어들도록 조종을 한다.

그리고 물에 빠진 숙주의 몸에서 빠져나와 곧바로 짝짓기를 마친 후 암컷은 수 만개의 알을 낳는다.

가늘고 긴 덩어리로 뭉쳐있던 알은 2주 정도가 되면 유충으로 부화하여 물속을 떠다니게 되는데 장구벌래 같은 작은 물속 곤충의 먹이가 되어 장 세포안에 숨었다가 숙주가 자라서 물 밖으로 나갈 때 같이 나온다.

물 밖으로 나온 곤충들은 사마귀 같은 더 큰 곤충들의 먹이가 되며 연가시 유충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곤충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내장속에 자리를 잡은 후 숙주조종을 위해 직접 신경전달 물질을 많이 만들도록 숙주의 유전자를 변형시킨다.

연가시는 곤충의 몸속에서 몸을 키운 후 물에 투신하여 자살하도록 조종함으로써 자신의 고향인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오염된 물을 마신 사람의 몸속에 기생하면서 사람으로 하여금 곤충과 똑같은 행동을 하도록 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헀다.

 

극단적 지지층의 팬덤정치

기생충은 숙주의 호르몬을 변형하거나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을 투입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함으로써 유전자 번식이라는 목적을 달성한다.

기생 따게비의 알을 품고도 그 사실조차 모른 체 행복해 하는 스파이더 크랩이나 연가시 기생충의 숙주가 되어 연가시가 조종하는 대로 아무 생각없이 물에 투신자살하는 사마귀를 보면서 요즘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극단적인 지지층들의 팬덤정치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정치라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사리분별 없이 정치가 조종하는 대로 무작정 따라가는 기생충 숙주들을 보는 것만 같아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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