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날씨가 급속히 추워지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갑자기 추워지는 이유가 꼭 날씨만은 아닐 것이다. 유일하게 떨어지는 쌀값이 춥고, 천정부지로 오르는 모든 물가가 춥다. 여기에 민생은 뒷전이고 당리당략에 몰두하고 있는 정치가 마음조차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한결같은 원성은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여기에 다시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고 북에서는 연일 미사일을 쏘아 대고 있다. 그뿐인가. 모든 재산을 털고 빚까지 내서 평생 숙원인 집 한 칸 마련했지만, 거래는 거의 없고 집값은 떨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거품이 빠지고 폭락의 조짐까지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으니 등까지 얼어붙는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을 같이 걱정하고 품어줄 따뜻한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국민에게 준 선물은 오히려 전쟁의 공포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겪었던 전쟁의 위기는 최악이었고 기억조차 하기 싫지만, 그보다 더한 긴장이 한반도를 다시 덮쳤다.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선제타격을 외쳤던 반향으로 돌아온 것이 미사일 발사 위협과 임박한 핵실험이라면, 국민의 안위를 담보로 삼은 지지율 올리기에 불과했다는 합리적 의혹을 품어본다. 특히 요즘 한미일 공조 군사 훈련과 대북 정책을 면밀히 살피면 30%대에 굳어버린 지지율과 전혀 관련이 없을까. 전쟁의 위기를 이용한 공포는 항시 보수의 결집을 불러왔고 성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역시 극보수의 결집엔 북한이 있었고, 모든 정권의 바탕엔 대북 관계가 변수로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 역시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방향과 결이 다르다. 압박과 달래기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이다. 박 전 대통령과 현 정부의 방법은 압박이고, 문 정부의 방법은 달래서 얻은 평화였다. 이는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경제와 직결되는 중요한 방법론이다. 대한민국은 작은 영토를 기반으로 한 무역 의존 국가이기에 더욱 그렇다. 무역이란 국가 간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고 투자를 위한 가장 큰 요건은 안정성이다. 전쟁 위협을 받는 국가에 투자는 없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요즘 전운이 돈다. 투자는 끊기고 기업들은 힘들어하고 있다. 정부의 안일함으로 인한 손실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의 전기차 세금 감면이 정부의 미숙으로 한 대당 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날아갔다. 기업 이전에 국가적 손실이다. 하지만 책임을 질 관리는 없으며 실질적 미국 정계 서열 2위인 하원 의장의 면담보다 연극배우들과 술 한잔하는 게 우리 대통령에겐 더욱 중요했다. 대통령도 처음이어서 서툴겠지만 나 역시 육십 평생에 이런 정부는 처음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여당의 비뚤어진 역사관과 행보다. 정치판에서 뼈가 굵은 의원들이 과연 이렇게 적나라한 친일 발언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올 거라는 생각을 못 했을까. 아닐 것이다. 이는 다분히 고의적이다. 국감장을 정부의 실책과 대통령 가족의 이슈에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급선회시키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로써 김 여사 특검과 유지 논문은 모두 묻혔다. 그리고 김 여사의 비공개 봉사 활동이 사진을 동반한 기사로 공개가 되고 비공개의 어의(語意)를 상실시켰다. 참 흥미로운 기자들이다. 더욱이 해당 신부의 며칠 전이라는 1015일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8월에 비공개 봉사를 했다는 기사는 의아하다. 하긴 이런 기사들이 일상이니 이상할 것도 없고 소소한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군이 쏜 미사일과 함께 땅에 떨어진 게 언론만은 아니다. 과거 MB정부는 북한과 상당한 대척 관계를 유지했었다. 대북지원해 왔던 남아도는 쌀을 북에 주느니 차라리 동물 사료로 만들어 버리라던 그였지만 물밑에선 대화를 시도했다. 천성 장사꾼이던 MB는 한반도의 평화가 경제를 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이다. 전쟁놀이로 지지율을 올리고 친일 발언으로 극보수를 결집하려는 행위는 국민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행위다. 민생은 실종되었고 서민은 날씨와 함께 얼어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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