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2022년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각종 자연재해로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어렵고 힘든 한해가 되겠지만 특히 농업인에게는 향후 두고두고 기억 속에 남을 만큼 암담한 한해가 될 것이며 이후 대안이 수립되지 않을 때는 농가소득이 과거로 회귀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쌀값은 폭락하고 소출은 감소했는데, 인건비 및 각종 자재 값은 천정부지로 상승하여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지경이며 소 값은 하락 하는데 사료 값은 올라가농민들의 심정이 어떨지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다. 농가소득이 올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누가 있어 농가들의 아픔과 상실감을 달래주고 대안을 내 놓을 것인가?

고전에는 공자가 노나라를 방문했을 때 정승과의 대화 내용이 소개된다. “우리나라는 먹거리가 적어 걱정입니다공자 왈적은 것은 걱정 말고 공정하게 분배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 하십시오”“우리나라는 도둑이 많아서 정치를 못하겠습니다공자 왈당신들이 욕심을 안내면 백성은 상금을 걸고 도둑질을 하라고 부추겨도 하지 않을 것이오또 진나라의 재상 상앙이 백성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수도 남문에 말뚝을 세우고 이 말뚝을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만금의 상금을 주겠노라 약속한 후 실제 이행하여 백성의 신뢰를 얻었다는 내용도 소개된다.

노량작제 란 고사가 있다. 노량에서 두꺼운 비단을 생산한다는 내용으로 제나라 환공이 이웃나라 노량 땅에 눈독 들이고 환공 자신부터 비단옷을 입고 모두가 비단옷을 입도록 한 후 노량에서는 비단 생산에만 몰두하는 사이 곡물이 부족한 노량을 쉽게 차지 한다는 내용이 소개된다.

세 가지 모두 지도자들의 대처 방안에 대한 내용으로 이해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국민을 위한 공정한 분배와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정치,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며 미래 지향적인 정치로 우리의 안보를 굳건히 하는 지도자들이 얼마나 될까? 특히 농업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과 농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며, 우리 삶의 근본인 식량의 소중함을 깨닫고 농업인의 어려움과 아픔을 함께 해 줄 수 있는 지도자는 얼마나 있을까? 현재로써는 큰 기대는 어려운 것 같다.

자유 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우리나라는 경쟁과 효율성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될성부를 나무를 집중적으로 키워 거기서 얻은 열매를 골고루 나누는 게 좋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의도와는 다르게 공정하게 나누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큰 나무의 독식으로 작은 나무가 고사하는 상황에서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 먹거리 문제만 해도 국내산 쌀이 남아도는데 가공식품 주원료로 수입산 쌀을 사용하는 등 대기업 식품관련 3~4개 업체가 수입농산물 대부분을 가공 판매하면서 우리농산물 판로를 막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시대가 어렵고 국난이 생길수록 결국에는 가장 힘없는 민초들만 희생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물가안정이란 미명 하에 우리 농산물이 희생양이 되어 더 이상 농업인의 희생이 없기를 간절히 갈망해 본다.

어쩌다 버스를 타야할 일이 있어 터미널에 앉아 있다 보면 아침 일찍 시골에서 나오시는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뵙게 된다. 의식하지 않아도 걷는 자세를 보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수많은 세월동안 자식들을 키우고 먹고 살기 위해 몸도 보살피지 못하고 농사일에 시달리다 보니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앞뒤로 틀어진 몸을 겨우 가누고 살아가고 계신다. 그분들 중 일부는 수술 후 다시 농사일을 하다 이제는 수술도 불가한 분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해오던 농사 전, 답을 놀릴 수 없어 힘들게 생산해 놓으면... 풍년이 들어 가격이 낮을 땐 방치하고, 흉작으로 가격이 오르면 빠르게 수입을 하고 비축물량을 방출한다. 그 분들이 지은 농사는 단순히 농사가 아니라 몸과 바꿔 생산한 피와 땀 그 자체라는 것을 누가 있어 알아줄까?

지긋지긋한 보릿고개를 이겨내고 오랜 시간 우리 농업을 굳건히 지키며 지금의 대한민국 건설에 앞장선 아들과 딸을 키워냈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고 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농업, 농촌을 방치하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

정부에 간절히 바라는바가 있다. 지금이라도 기초 농산물에 대해서는 적정 생산체계 확립과 생산비보장 시스템을 도입하여 열심히 농사지은만큼 대접받는 기틀을 마련해 주시고, 식량 자급률은 최소한 60%이상 끌어 올리는 정책을 펴서 외국산 농산물에 의존하는 이런 풍토를 개선하여 언젠가 피눈물을 흘리는 사태를 사전에 막아 주실 것을 당부 드리며..

불가피하게 수입농산물을 수입 할 때는 수입으로 발생한 수익은 반드시 농업분야에 쓰일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농산물은 일부 저장성이 좋은 쌀과 보리 등 일부 품목을 제외 하고는 부패 변질 등의 특수성으로 유통비용이 과다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여 도시 소재 농협들이 농산물 유통을 전념 할 수 있는 제도를 반드시 마련해 주실 것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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