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신정부 출범 겨우 6개월이다.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갈 만한 시기가 되었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갈수록 혼란스럽고 정치는 목표를 잃어가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라는 지뢰가 어디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권과 계파 싸움에 대들보가 무너지는 걸 모르고 있으니 국민은 마음이 타들어 간다. 대통령이 외교 순방을 다녀오면 손에 쥐고 올 선물을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도 형식적 만남을 제외하면 논란만 가득 안고 돌아왔다. 논란을 안고 돌아왔다는 표현보다는 돌아와서 키웠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바라보는 국민을 짜증으로 끌고 들어가는 데는 부족하지 않다. 윤 대통령의 정치 지향점은 모두 알다시피 자유에 꽂혀있다. 모든 연설에서 항상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자유였고 소신은 공정과 상식이었다. 하지만 출발 당시부터 자신의 신발 끈에 걸려 균형을 잃은 게 헌법적 개념인 언론의 자유이니 아이러니하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은 언론사여도, 일국의 권력 정점에 있는 인물이 대범과 관용을 잃고 내 비행기에 타지마라는 유아적 행동을 보인다면 존경으로 복종하고 따를 사람이 있을까. 여기에 팔십여 명의 기자단 중에서 두 명만 선택해서 따로 한 시간 이상 사담? 을 나눴다면 공과 사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으며 언론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출근길 대담에서 한 발언은 결정적 마침표를 찍었다. 대한민국 대표 방송사 중의 하나인 언론을 향해 국익을 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공공의 낙인을 찍은 것이다. 오히려 무너진 게 헌법 정신의 기본인 언론의 자유임을 간과한 발언이다. 만일 언론이 왜곡 뉴스를 남발했다면 언론 중재위원회나 사법적 판단을 구하면 되는 것이지 본인이 반헌법적 행위로 규정을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법을 다루는 법률가가 대부분인 현 정부에서 가장 혼란스럽게 적용되는 것이 법과 헌법이라니 또 다른 아이러니이다. 법률 전문이 아닌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통치행위가 연일 터져 나와 경악스럽지만 이를 정확하게 받아치는 언론은 드물다. 가장 큰 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대통령 경호처가 군과 경찰을 지휘·감독한다는 시행령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현 정부에서 네 번째 던져진 영치법이다. 헌법과 법의 상위에서 시행령이 작동하니 영치법인 셈이다. 첫 번째는 법무부에 고위공직자 인사권을 관여하게 한 시행령이다. 두 번째는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정안전부 산하에 귀속하게 한 것이고, 세 번째는 검찰의 수사권 확대를 위해 인사 검증관리단을 신설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네 번째가 이번에 문제가 된 경호처의 군과 경찰 지휘와 감독권이다. 법률가들이 정말 위헌사항이라는 걸 몰라서 이러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너무 떳떳하다. 이러한 권능을 경호처가 행사하지 못한다는 건 헌법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임을 지적하고, 군은 국군조직법 위반임을 강하게 주장하지만 정작 법률가 집단인 현 정부는 법제처를 통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많은 법조인의 의견은 다르다. 헌법 위반의 이유는 시행령이란 국회에서 만든 법의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진다.’라는 것이다. 국군조직법은 군을 지휘할 수 있는 주체는 대통령,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어디에도 경호처장이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법문은 없다. 헌법 제74조 역시 국군의 편성과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으니 시행령으로 이를 고치려 함은 분명하게 반헌법적인 셈이다. 경찰도 직무 범위를 시행령의 상위법인 법률로 명백하게 정하고 있다. 어디에도 경찰과 군을 경호처에서 지휘·감독할 수 있다는 법은 없으며 협조를 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선 헌법을 고쳐야 한다. 그래서 일부에선 시행령인지 계엄령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건국 이래 처음 벌어진 사태에 국민만 혼란스럽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