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최근 SNS 방송에서 유명한 작가가 현 정국을 배경으로 대담하는 것을 봤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대부분 수긍이 가는 내용이었다. 물론 연배가 비슷하니 세상을 보는 눈도 아주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담의 내용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여기서 다뤄진 젊은 정치인의 사고를 짚어보기 위해서 작가와 방송을 소환해 본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 사람은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구축하고 사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에는 소위 말발이 안 먹힌다는 적당한 표현이 있다.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보편적 인간 부류이다.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현상은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의 상위층으로 갈수록 심해진다. 들어서 기분 좋은 말이 상호 간에 좋기 때문이다. 조언이나 충언이 기분 상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관계가 있기나 한 것일까. 없을 것이다. 지인의 조언을 했다가 좋게 받아들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관계까지 어긋난다.”라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특히 시·군의 지자체장은 전문 행정가가 드물다.

대부분 사업가가 많고 생각은 단순하다. 그만큼 판단은 협소하고 결정은 치우치기 마련이다. 평생 살아온 경험의 생활철학이 견고하게 굳어있으며 조언이나 충고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여기에 던져지는 조언은 도전 혹은 잔소리가 되고 이른바 씹는다라는 표현으로 돌변한다. 나이가 회갑을 넘기면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요즘 연배로는 고희 정도는 되어야 이순이라는 말이 성립되겠지만 직역은 귀가 순해진다는 의미이다. 의역은 남의 말을 들으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한다.”라는 뜻이다. 논어의 위정편에 나오는 유명 구이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실행은 어렵다. 남의 말을 들어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스스로 느낄 것이다. 소인과 군자의 갈림길이 여기서 결정이 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서두에 거론한 젊은 정치인은 작가의 조언에 들을 가치조차 부여하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단체에 절대 작지 않은 해악을 끼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할 말을 하는 올곧은 정치인으로 착각을 하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가 노리는 게 올곧음일까 보수 언론의 관심일까. 그의 올곧음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객관적 판단은 격렬하게 부정한다. 자신보다 월등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선배의 말을 일고의 가치도 없고 들을 필요도 없는 조언으로 치부해버리면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소인배가 되고 만다.

최근 대통령은 그나마 한 방향이던 출근길 대담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자의 되묻는 질문이 건방지고 예의가 없다는 게 이유다. 기자의 직업은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해 질문하는 것이다. 도어 스테핑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소통을 내세웠지만 제대로 된 소통은 없었으며 항상 한 방향이었다.

그래서 이번 기자의 반문은 감히 대통령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듣지 않는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르는 대통령이 되고 만다. 고위층이 귀를 닫으면 민의 상달 역시 닫히게 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가림막까지 설치해버리고 집무실 쪽에 일방식의 방송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MB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질문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방식이 자신이 강조했던 소통이라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작은 행정자치인 시장·군수만 해도 자기 사람에 둘러싸여 시민과의 소통이 끊기면 차기 선거는 망치기 마련이고 시·군정 또한 측근 정치로 흐르고 만다. 그래서 가장 잘하는 정치는 귀를 열어두고 민의를 접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정치인이 자주 등장한다. 지역구 당선자도 있지만 대부분 비례대표 의원들이다. 이들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너무 귀가 닫혀 있다. 전혀 듣지를 않으며 소속 당을 넘어 자신만의 정치를 위해 언행을 구사한다.

스스로 보수 언론의 밥이 되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언론에서 거론되는 유명세를 즐기는 모습은 안타까움 자체다.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그렇게 사라져가는 원인을 자신들만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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