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주위에서 불안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파트값 급락과 경제 문제도 있지만 정작 더욱 불안한 건 전쟁의 위협 때문이다. 국가를 대변하는 대통령의 발언에서 자주 등장하는 선제공격, 확전, 핵 보유 등의 단어들이 주는 위협은 너무 크다. 박근혜 정부에서 북한과 대립하며 전쟁의 위기의식을 느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겨우 5년 남짓 평화롭던 남북 관계는 정부가 바뀌면서 순식간에 박근혜 정부 시절로 초기화되었다. 군의 수뇌부 혹은 국방부 장관의 관점에서 하는 발언과 일국의 대통령이 하는 발표와 발언은 무게감이 현저히 다름을 우리 대통령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그대로 국가의 입장이 되기에 역대 대통령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더욱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은 국제적 실언이나 망언으로 국가의 신뢰에 큰 타격을 주기 마련이다. 참지 못하고 경하게 나오는 발언이 대한민국의 품격이 되고 지도자의 수준이 된다. 북이 핵을 보유했으니 우리도 개발해야 한다는 발언은 국민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핵 개발이 서늘한 게 아니라 대통령의 생각이 서늘하다는 말이다. 전혀 핵에 관한 지식이나 국제 관례법 자체를 모르고 있다. 그래서 두렵다. 한반도를 전쟁의 위협으로 몰아넣으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 역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니 답답하다. 우리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국가다. 국제적인 투자로 먹고산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가장 큰 무역의 적은 안보의 불안이다. 전쟁 위협이 있는 국가에 투자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젠 핵 개발까지 들먹이고 있다. 가능성이 단 하나라도 있으면 이해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기에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일국의 대통령이 심각하게 국정을 발표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공허한 내용이라면 문제는 커진다. 그래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공식 입장은 우리 대통령의 발언을 뿌리부터 잘라서 부정해 버린다. 정말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핵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의도적인지 모르는 것인지 모호하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과학자들이 플루토늄 0.2g을 농축하는 실험을 했던 적이 있었다. 결과는 UN 안보리에 상정이 되었고 5개국 안보 이사국 중에서 4개국은 호기심 차원으로 없던 일로 해 주었지만, 미국만 몇 년을 물고 늘어졌던 기억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UN의 제재는 알다시피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경제 제재이다. 그런데 핵을 개발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고 미국은 가차 없이 한반도 비핵화로 못을 박았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만 관심이 있을 거라는 순진한 대한민국 현 정부의 착각이다. 그들은 한 번도 흔들림 없이 한반도 즉, 남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해 왔다. 우리가 핵실험을 추진하면 당장 플루토늄부터 수입이 금지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가동이 멈추게 된다. 윤 대통령이 그렇게 염려하는 탈원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의 시장은 경제 제재로 인해 급격하게 무너진다.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일반상식을 벗어난 발언이 수시로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나온다면 지도자로서의 신뢰는 바닥으로 내려앉을 것이다. 이번 UAE 방문에서도 실언은 반복되었다. 최근 회복되어 가고 있는 이란과 UAE의 관계를 제3자인 우리 대통령이 적국으로 정리해버렸다. 결국, 이란 정부의 항의까지 불러낸 이번 실언 역시 자신만 심각성을 모른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5명의 이란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1977년 이란 테헤란시와의 수교를 기념하기 위해 테헤란로라는 지명까지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 최대 영향 국가이다. 8조 원이 넘는 유류값조차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처지에서 할 발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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