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최근 각 조합의 조합장 선거가 있었다. 지방 자치의 선출직 못지않게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금융업을 바탕에 깔고 있는 곳이 조합이기에 조합장의 권한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여기에 상당수의 직원 인사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상당히 치열한 선거판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조합장 선거이다. 하지만 조합장의 전문성은 군의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군의원이 행정 전반을 알아야 함에 비하면 각 조합의 전문 범위는 좁아지긴 하지만 금융업을 겸하고 있는 특성상 상당한 이해성을 겸비한 지식을 요구한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쉽게 말해 수협장에 수산업을 하는 사람이 선출되고, 혹은 축협장에 축산을 하는 사람이 선출된다면 폭이 넓은 업무 전반을 통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버리기 힘들다. 물론 분야별 종사자 중에서도 능력이 출중한 인물은 나오기 마련이니 각이 잡힌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역시 업무 숙지의 능력이다. 사업에 성공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출마하는 후진국형 선출직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사라질 때가 되었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 대열이고 먹고 살 만큼 사는 나라가 되었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다름 아닌 젊은 세대의 사회 참여와 진출이다. 영광 축협장에 40대 중반의 젊은 인물이 선택되었다. 솔직히 의외였다. 아직 60대 이상의 기득권 카르텔이 무너지기에는 어려운 게 사실이고 이번 전국 선거의 결과 역시 거의 비슷한 통계로 나타났다. 전남에서 가장 젊은 축협장이 탄생했다는 직원의 말을 건네 들었다. 일단 축하할 일이다. 회갑을 넘기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40대의 의미였다. 비린내 가신 판단력과 비겁하지 않은 용단을 가진 나이가 바로 40대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노인은 부정적 반면교사의 대상이 되고 젊은이는 스승이 되는 세상이 되었음을 우리 노인층만 부인하거나 까맣게 모르고 있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얼마 전에 치러진 국민의 힘 전당대회를 보면서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 현실이 바로 젊은 정치인의 부재라는 사실이다.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젊은 정치인의 전멸에서 대한민국의 암울함을 보았다. 하지만 이들의 실패에 ?’라는 의문사를 던지는 언론이나 평론가는 거의 없다.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하는 이들의 경험치에 앞서 실패의 중요한 요소는 정치 선배들 즉, 현란한 배신과 반목의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 어르신 정치인들이다. 아직 정의를 외쳐야 할 나이에 정치의 술수만 보고 듣고 익히고 있으니 이미 비겁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국민의 힘 일만은 아니다. 민주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권을 따라 아무 곳에나 정착하고 배신하고 말을 바꾸는 정치인 투성이다. 특징은 이러한 정치인들의 나이가 대부분 많다는 것이다. 박지원 씨는 아직도 카멜레온 정치를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목사가 예수를 품고 가듯 김대중 선생을 다리 삼아 배신의 강을 건너고 있다. 나이와 비겁이 같은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선출직을 다시 둘러봐도 젊은 자리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이번 영광 축협장 선출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던진다. 비리지도 노쇠하지도 않은 적당한 나이의 맹렬한 일꾼이 되길 빌어 본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모두 그런 건 아니라는 전제는 성립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층이 비겁과 몰염치의 반면교사가 되어가는 부끄러운 모습을 자처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대한민국의 정치권에서 청년의 바람(靑風)이 맑은 바람(淸風)을 몰고 올 날을 기대하지만, 기성 정치인보다 더욱 비겁하고 몰염치함을 넘어 공부가 되지 않은 일방적 발탁의 폐해는 당사자도 망치고 정치권의 풍토도 망쳤다. 쉽게 말해 아직 이 되지 않은 젊은 인재의 무분별한 발탁은 너무 위험하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광 축협장의 선출은 의미가 크다. 건강하고 젊은, 비겁하지 않은 경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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