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대통령의 일본 정상회담이 가져온 격동이 아직 여진으로 남아 수습이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연일 민족적 자존감을 흩뜨리는 소식이 동해를 건너 전해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충일 보도가 우리 언론에선 아직 침묵이거나 조금씩 뒤틀어져 보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 정부의 친일을 넘은 충일 행위는 이미 기존 기득권 언론을 제외한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었으니 굳이 더 거론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솔직히 말해 다루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싫은 내용이다. 이번 정부가 일본에 모든 것을 내주었고 일본의 이익을 한국의 이익으로 친다는 경제공동체까지 거론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한국이 컵에 물을 반 잔을 채웠으니 나머지는 일본이 채울 것이라는 제법 그럴듯한 예를 들었다. 하지만 이 반 잔은 의무 혹은 약속이 아닌 텅 빈 기대에 불과함을 대통령만 모른다. 약자에게 절대 관용을 보이지 않는다는 일본의 속성을 몰랐다는 게 오히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두 번 겪은 상대가 아니지 않은가. 반 잔이라는 일본 몫의 물은 절대 채워지지 않을 것이며 채워진 반 잔마저 마셔버릴 것이라는 일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국민의 마지막 자존감마저 팔아넘기며 이상한 안보 논리에 빠진 정부의 가장 큰 원인이 왜곡된 한국사 교육에서 비롯되었다면 억지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한국사를 신민 사관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역사는 민족의 혼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우리 손으로 혼을 일본에 팔아넘겼다. 35년의 강점기를 거치며 황국사관은 깊은 뿌리를 내렸고 우리는 자신의 손으로 자양분을 공급하고 바람을 막아주며 강단 사학에 쓸 큰 기둥을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현실에선 한국사의 태두라는 이병도의 신민 사관을 벗어나는 학설은 학위를 받을 수 없으며, 따라서 강단에 설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만다.

역사는 사료로 엮어진다. 일제와 이병도가 가장 많은 증빙자료로 삼았던 실증사학에 앞서 살펴야 하는 게 바로 기록이다. 사학자는 기록1차 사료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 명나라에 반하거나 우월함을 내포한 기록은 모두 왕명으로 폐기했다. 그리고 숨겨져 전했던 각종 사료는 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을 비롯한 유럽 혹은 타국으로, 십만에서 이십만 권 정도의 도서가 유출되었다는 주장이 복수의 역사가를 통해 제기된 바 있다. 기록의 말살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다행히 중국의 사서는 거의 그대로 전해지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고대 기록까지 기록이 되어 있다. 현재 우리 사학자의 유일한 한국 고대사 연구의 진입점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고대의 기록을 인용하지 않는 것을 넘어 무시 수준으로 대하는 우리 사학계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고대사가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학생 교육이다. 교과서가 오히려 정사(正史) 공부를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율배반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의 간격을 오가며 의견이 대립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을 전혀 변하지 않는 기본의 틀은 아직 진행형이다. 신민 사관과 중국의 동북공정 사이에서 우리 역사는 민족의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는 관심이 없고 힘없는 재야 사학자의 안타까운 몸부림만 항거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제도권과는 먼 외곽이다.

변하지 않는 교과서는 잃어버린 고대사의 뿌리에 제근제를 뿌리고 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조작되고 왜곡되고 축소된 식민사관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현 정부가 탄생 되었고 충일사상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 국명만 다를 뿐 아직 30%의 충일론자는 일본의 총애를 간절히 원하며 아름다운 일본을 말하고 성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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