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어느 시대에나 권력은 존재했다. 과거에는 제왕의 권력이 있었고 현대엔 선출된 권력이 있다. 선출이 아닌 권력은 시험이라는 일상적인 경로를 통했고 능력은 출세에 부수 작용을 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는 드러난 공식일 뿐 숨은 경로는 훨씬 많다. 시험으로 입관한 공무원이 승진을 거듭해 권력을 누리는 자리까지 도달하기엔 능력과 실력 외의 플러스알파가 있기 마련이고 오히려 알파가 더 큰 작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삼권분립을 기본 시스템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삼권의 정점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대통령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을 거부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다. 사법부는 현직 대통령을 재판하지 못하며 대통령은 내란죄를 제외하고는 처벌을 받지 않을 권한을 갖는다. 가장 상위법인 헌법은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선출과 동시에 국민은 바로 자신의 손에 쥐어졌던 붓 뚜껑을 통해 허망하게 사라진 권력을 느껴야 한다. 자그마치 5년이란 시간이다.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님을 요즘 국정을 통해 배우고 있다. 5년에 일어난 사건·사고가 단 일 년 만에 차고 넘치는 현상을 우리는 겪으면서 사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 손으로 뽑은 선출직이야 판단을 아쉬워하며 감내한다지만, 비선출 지인 찬스 인물들이 국민 위에서 권력을 누리는 현상은 견디기가 몹시 힘들다. 과거 왕권 시절에 가장 경계했던 것이 바로 외척 세력이었다. 왕비의 친정 세력이 득세하면 반드시 국정이 어지러워졌고 백성의 생활은 궁핍해졌다. 분당으로 치닫는 세력권의 다툼은 재력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선 세금이라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제도의 악습으로 인해 죽어 나가는 건 백성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조선 말까지 이어지며 민비 일족의 만행으로 나타난다. 외척 세력을 막기 위해서 몰락한 민씨 집안에서 왕비를 맞아들였다는 후세의 기록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물론 사실과는 동떨어진 기록이지만 당시 사회상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왕권이 당연 권력이라면 왕비는 간택 된 권력이다. 어쩌다 얻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친족이 총동원되고 당파를 조성하기 마련이다. 자기 사람을 심어 울타리를 만들고 권력의 장막을 친다. 요즘으로 따지면, 정확하게 일치하진 않지만, 대통령 부인에 해당하는 게 왕비이고 선출되지 않은 실세이다. 최근 대통령의 활동을 넘어서는 대통령 부인의 행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국민 생활 속으로 뛰어든 대통령 부인의 모습은 오히려 아름답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방법이다. 비공개 행보가 항시 사진이 되어 대통령실 홍보란을 넘쳐나고 심지어 대통령 사진보다 많아진다면 문제이다. 홍보를 위한 봉사는 이미 봉사가 아니다. 비공개 봉사활동이 대통령실을 통해 온통 도배되고 있다면 좋은 현상은 아니다. 선출의 의미를 권력으로 연결하는 자체가 난센스다. 선출직에게 주어진 건 권력이 아니라 의무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외치기 전에 출마의 바닥에 깔린 의무를 먼저 가슴에 새겨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조선 시대 왕의 외척을 가장 경계했던 이유를 생각하고 측근을 경계해야 한다. 교과서적인 말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 답답해 보긴 처음이다. 과거 영광군청 과장 부인 모임이 있었다. 벌써 30여 년 전 일이지만 하위직 공무원과 일반 군민의 눈엔 오히려 꼴값이었다. 한수원에도 부장 부인들 모임이 있었다. 당시 농담처럼 남편이 과장이면 부인은 부장이라고 했다. 하물며 국민이 직접 뽑은 선출직이다. 선출직 가족 혹은 측근의 행보가 어려운 이유이다. 외교는 무너지고 동맹은 불신으로 등을 겨누며 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대통령 부인의 사진 놀이로 도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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