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서예가·전 교장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면 싹이 트고 잎이 나온다. 뿌리는 땅속을 파고들며, 잎과 줄기는 하늘을 향해 자란다. 어느 식물이나 마찬가지다. 뿌리는 땅속을 향하며, 줄기는 하늘을 향하기 마련이다. 이게 식물의 성향이다. 하나는 중력을 거스르고, 하나는 중력을 따른다.

인간도 이와같이 삶을 살아가는 나름대로의 성향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싶고 하게 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이는 돈이라면 작은 이익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큰 돈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인격에 손상이 간다면 거절하는 사람도 있다. 한 번 한 약속은 어떤 경우라도 지키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상황 변화에 따라 약속을 쉽게 바꾸는 사람도 있다. 국가를 위해 자신의 재산과 몸까지도 다 바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국가보다는 자기 가정과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성향을 가치관이라 하며, 인간은 식물의 자라는 성향처럼 자신만의 가치관에 의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어떤 결정을 할 때 판단의 기준을 세우게 되는데, 이때의 기준은 대부분 자신이 지닌 가치관에 좌우된다.

그래서 올바른 가치관을 소유하고 있으면 누구에게나 바르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비뚤어진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자신에게는 이익이 되는 것 같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자신과 사회 모두에 해가 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이처럼 중요한 인간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부모의 생각과 행동이다. 부모가 정의롭고, 올바르게 행하면 자녀 역시 그렇게 된다.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며, 언제나 감사하는 생활을 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자녀는 반드시 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된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자녀는 어떤 것보다 효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게 된다.

그래서 자녀가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부모가 먼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부모 자신도 실행함은 물론 자녀들이 그렇게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때 부모의 행동은 항상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어떤 때는 자녀를 나무랐다가 어떤 때는 같은 상황인데도 나무라지 않고 인정하면 정확한 가치 판단을 못하게 되고, 자신의 편의에 따라 판단하는 성향이 형성된다. 이렇게 된다면 가치관이 흐려지고, 신뢰성이 없는 사람이 된다.

공자님은 논어에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기에 인간관계가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인간관계에 의해 삶의 질도 결정이 된다. 관계가 원만하고, 서로 존중하면 행복하고, 신뢰를 받지 못한다든지 소외되면 불행을 맛보게 된다.

공자님은 대인(大人)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나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라 하였다. ‘화이란 각자의 다른 가치관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힘을 합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긍정적으로 참여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부동은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관이 있어야 함을 말한다. 자신을 지키는 일이나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정확한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이(同而)’란 소신이 없다는 말이다.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지 못함을 뜻한다. ‘불화(不和)’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협력도 없다. 자기만 잘났다 한다.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긍심과 자존감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가정과 집안의 명예를 소중히 여겼다. 그럼으로써 자녀들도 자긍심과 자존감을 갖도록 유도했다. 이웃 어른들은 잘못을 저지르는 청소년을 보면, ‘00집안의 네가 그러면 되겠느냐?’라고 타일렀고, 부모는 ‘00할아버지의 자손인 네가 우리 가문을 더럽히는 행동을 하면 되겠느냐?’면서 교육하였다.

이렇게 자신은 자기만이 아니라 가족과 조상 그리고 이웃과 밀접히 연관된 나라는 것을 각인시켜 왔다.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성찰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사람으로 길러졌다.

자긍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을 잘 다스리고, 내가 한 행동이 사회의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 함부로 자해하거나 자살을 택하는 일은 없다. 무언가 좀 더 잘하여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노력한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성장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올바른 나침반을 지닌 배가 성공적인 항해를 하는 것처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인생을 바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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