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고집(4) 악법도 법이다-소크라테스

양편으로 나뉘어 30년 동안 전쟁을 치른 결과 스파르타가 승리하게 되자, 아테네에는 스파르타 식의 귀족정치, 과두정치가 세워졌다. 그런데 우리의 기대(?)와는 반대로, 소크라테스는 바로 이 귀족주의적 정파에 사상적 무기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쿠데타에 의해 민주주의자들이 정권을 잡게 되자 소크라테스는 누명을 쓰고 고소를 당하기에 이른다. ‘아테네의 양심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부패하게 하고, 국가의 신 대신에 새로운 신을 믿는다.’고 하는, 당치도 않은 죄목으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재판정에서 누구에게 사과하거나 애원하지 않고, 오히려 시민들과 배심원들을 꾸짖다시피 하며 정의와 진리에의 길을 설파하였다. 죽음에 대해서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원래 아테네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는 24시간 안에 집행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침 델로스(에게 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에 있는 아폴론 신에게 감사의 제물을 바치러 떠난 배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처형이 연기되었다. 왜냐하면, 이 기간 동안은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는다는 뜻으로 나라에서 좋지 않은 일들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사면을 청하지도 않고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다.

한 달 후, 마침내 제물을 바치러 떠났던 배가 돌아왔다. 그날 아침,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크리톤은 내가 자네 보석금을 내주든지 뇌물로 관리들을 매수할 테니, 자네는 빨리 도망치게나.”라고 권유하였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이제까지 나는 아테네 시민으로서, 아테네 법이 시민에게 주는 특권과 자유를 누려왔네. 그런데 이제 그 법이 내게 불리해졌다고 하여 그 법을 지키지 않으면 되겠는가?” 하며 단칼에 거절하였다. 바로 이 장면이 오늘날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 라고 말했다는 대목이다.

그 날 해질 무렵, 간수들이 독배를 가지고 들어왔다. 술잔 안에는 독() 인삼 가루가 섞여 있었는데, 이를 마시면 30분에서 1시간 안에 죽게 되어 있었다. 사형집행 시간은 해가 지는 때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보통의 죄수들은 해가 저문 후에도 음식을 원대로 먹고 마셨으며, 심지어 여자를 불러 욕정을 채운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크리톤에게 독주를 빨리 가져오라 재촉하였다. 크리톤이 할 수 없이 눈짓하자, 사환이 나가 간수와 함께 독약을 들고 들어왔다.

소크라테스가 잔을 든 채, 간수에게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수는 침울하게 대답했다. “다 마시고 다리가 무거워질 때까지 걷다가 누우시면 됩니다.” 소크라테스가 다시 신에게 드리는 뜻에서, 한 방울 떨어뜨려도 될까?” 하고 묻자, 간수는 여기서는 마실 분량밖에 갈지 않습니다.”고 대답하였다. “알았네. 하지만 나는 기도를 드려야 하네. 아마 그대로 이루어질 걸세.” 하고, 조용하고 침착하게 독이 든 약을 다 마셔버렸다. 그 순간, 제자들이 소리 높여 울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은 마땅히 조용히 죽어야 하네.” 라고 말하고는 감옥 안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잠시 후 다리가 무겁다고 하면서 반듯이 드러누웠다. 사나이는 발을 눌러보면서 몸이 식어가고 있다고 말하였다. 하반신이 거의 다 식었을 때, 소크라테스는 얼굴에 가렸던 천을 제치고, 이렇게 소리쳤다. “!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을 한 마리 빚졌네. 기억해 두었다가 갚아주게.” “잘 알았네, 그밖에 다른 할 말은 없는가?”라고 묻자 이 물음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약(醫藥)의 신 이름인데, 누구든지 병에 걸렸다가 나으면 감사의 뜻으로 닭 한 마리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말은 모든 병에서 다 나았다는 의미가 아닐까?(영광백수 출신, 광주교대 명예교수, 철학박사, 최근 저서고집불통 철학자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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