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연일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고 있다. 마치 하늘이 뚫린 듯하다. 우리 문제만은 아닌 모양이다. 노르웨이를 비롯해서 인도와 일본, 중국 등 천재지변의 뜨거운 맛을 보고 있다. 방송에서는 온난화로 빚어진 89백억 톤에 달하는 대기의 강을 말하고 있다. 요즘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이 현상은 몇 년째 거듭해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2020년에는 54일이라는 기록적인 장마 기간을 남기며 사망 46명과 12명의 실종, 12,58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를 남겼고, 작년에는 사망 26명과 실종 5명을 기록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반지하를 내다보며 남겼던 어록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기도 했다. 올해 다시 밀어닥친 재해 현황은 타국에까지 타전되며 보도가 되고 있는 거로 봐서 그 심각성이 짐작이 간다. 사망과 실종을 합해 이미 50명을 넘어서고 있으니 큰 재난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태원 참사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길에서 국민이 죽어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부서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통제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10.29와 데자뷔를 이룬다. 결국, 인재라는 말이다. 국가적 재난 뒤에는 항시 인재라는 말이 따라다니기에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가슴이 아픈 건 사실이다. 국가에 재난 시스템이 있기나 한 것일까. 모든 정부에서 재난이 없었던 적은 없다. 하지만 국민의 재난을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과 절제된 감정으로 바라봤던 리더는 없었다. 항시 잘못을 사과하고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 이는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리더들의 기본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출발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 재해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부처는 책임 전가성의 변명으로 일관하고 선출직 수장들의 낯내기 사진 촬영에 진심인 모습은 분노를 넘어 절망적이다. 몇천 Km를 뻗은 팔천구백억 톤의 대기의 강이 이미 지구촌을 불안으로 몰아넣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독려하러 가는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온갖 달콤한 퍼주기를 약속하고 죽음으로 같이 싸울 것도 약속했다. 그리고 대통령실은 무너지고 엎어지고 죽어가는 자신의 나라 국민에겐 지금 가도 별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몇 년 전, 프랑스 대통령은 G7 회합 중에도 자국의 재난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회기조차 마치지 않고 바로 귀국했었다. 그런데 귀국은 고사하고 자국민에 앞서 우크라이나를 위해 마음을 다하는 모습에서 역시 기대는 허망이고 결과는 절망이다. ‘생즉사 사즉생으로 같이 싸우자는 의미를 알고는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표현의 대상이 러시아라는 것 역시 알고 했던 말인지 궁금하다. 도대체 왜 우리가 목숨을 담보로 우크라이나를 위해 러시아와 싸워야 하는지 이해가 되는 사람이 있을까. 미국과 일본의 정상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는 사실에 넘버3의 감성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은 이해하지만, 목숨까지 거론하며 러시아와 싸워주겠다는 약속은 이해를 넘어 기이하다. 최근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러시아와 중국의 강한 연대를 불러왔고 러시아는 철통같던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을 중국에 내주었다. 엄청난 선물을 준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뒤에서 시진핑과 협력을 논의하고 일본은 북한의 김정은과 두 번이나 만났다. 그야말로 코리아 패싱이다. 이쯤이면 한국 정부는 누구를 위해 러시아의 천연자원과 중국의 거대한 소비 시장을 포기하고 사즉생의 마음으로 행동대장을 자처하고 있는 것인지 국민이 깨달아야 한다. 상처는 우리가 입고 돈은 뒤에서 형님들이 챙기고 있는 형국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호기롭다. 나라가 기록적인 폭우로 뒤집히고 있는데 대구 시장은 한가롭게 골프를 즐겼다. 그리고 책망하는 국민을 향해 왜 안 되는데?”라는 강한 항변과 함께 휴일엔 공무원도 쉴 권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휴일에 흙탕물에서 죽을 고생을 하며 인명을 구조하고 있는 사람은 어느 나라의 공무원들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지도자는 학식보다 인성(人性)이 중요하다고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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