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대한민국에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글을 불과 얼마 전에 썼다. 그런데 이젠 안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혼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을 보정하고 디자인하는 프로그램에 포토샵이라는 게 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레이어 작업이다. 사진이나 이미지를 겹으로 쌓아 놓고 작업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따로 개별 작업을 하는 곳이다. 특징은 맨 위의 이미지만 보인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겹겹이 쌓여 있는 형국과 너무 비슷하다. 이슈가 이슈를 덮고 아래 사건 사고를 덮어가는 과정이 포토샵의 레이어와 너무 닮았다. 이 레이어는 보이지 않는 아래 레이어와 결국은 한가지 효과를 위해 결합이 된다. 이슈를 이슈가 덮는 형국으로 보이지만 결과는 뭉쳐져서 일정한 방향성과 색깔을 띠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고속도로를 휘게 만든 기이한 힘의 작용이 아직 진행 중인데 홍수로 길 위에서 죽어가는 국민이 이태원 이후 다시 발생했고, 이제 국제 잼버리 대회로 전 국민의 머리를 과열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참가한 43천 명의 학생과 함께 폭염의 중심에서 국제적 망신살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까지 대한민국은 행사의 표본 국이었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비롯해서 엄청나게 큰 국제 행사를 차질 없이 치러냈고 바탕에는 완벽한 체계와 질서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부는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다시 전 정부를 소환하는 거로 무마 시도를 하고 있다. 뛰어난 분들이 이끄는, 일국의 지도층이 특별한 대비책 없이 전 정부만을 탓하는 모습이 이해를 떠나 황당하다. 더욱이 현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일 년 하고도 삼 개월이 지났다. 통치 능력이 없다는 고백이다. 전 정권이 마음에 차지 않아 잘하라고 바꿔준 정부가 일 년 삼 개월이 지나고도 전 정부 탓만 하고 있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전 정부 때문에 모든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러면 무얼 하려고 정권을 잡았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게 나뿐일까.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큰 사태가 벌어져도 정부는 보이지 않았으며 중심 지도층은 손과 발이 따로 놀았고 혹은 자신의 관련 사항을 먼저 챙기는 공인을 벗어난 행각을 보였다. 빗발치는 여론에 밀리면 억지 사과로 사안을 벗어나지만, 재발 사태엔 다시 같은 모습으로 지긋지긋한 데자뷔를 재생해 낸다. 옛날부터 큰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은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나온다고 했다.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없으면 측은지심은커녕 기본적인 양심도 나올 수가 없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요즘 대한민국의 정치인 중에서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꼽아 봐도 없다. 오직 당리당략을 앞세우거나 사익과 사 권력을 내면에 품고 국민을 팔고 있을 뿐이다. 솔직히 사익 정치를 해도 좋다. , 능력이라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 현대 정치인에게 국민을 위한 진심을 바라는 게 무리라면 통치 능력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통치력은 이미 신망을 잃었다. 무능의 한계를 넘었다. 잼버리 대회에서 화장실 청결 문제가 대두되자 일국의 총리가 화장실 변기를 닦는 사진을 많은 언론이 내보냈다. 그래서 무능하다는 것이다. 총리는 큰 결을 잡아 하달하고 공무원은 업체를 선정해 시행하면 된다. 총리가 할 일이 있고 아래 직책의 공무원이 할 일이 따로 있다. 대통령이 논에서 모를 심고 농부들과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퍼포먼스도 때론 필요하지만, 준비 미숙으로 엉망이 되어 속속 대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사태 속에서 총리가 전반적인 대비책 대신에 물화장지를 들고 변기를 닦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국제적 망신 퍼포먼스가 되었다. 모든 직책에는 직책에 맞는 업무가 있고 아웃 라인이 있으며 그만큼의 책임 또한 따른다. 직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직위에 따른 행동의 신중함을 깨우쳐주는 말이다. 이미 망신살이 뻗친 한국의 이미지를 마지막 K-POP으로 만회하려는 생각도 유아적 발상임을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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