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앞두고 배수했으나 강우량 적어 재공급

벼 출수기 앞 백수·염산 저지대 농민들 분통

집중호우 때 배수로 물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해 농경지가 일주일가량 물에 잠겨 있었는데 이번에는 벼에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인데도 일주일째 논에 댈 물이 없는 게 말이 되나. 물관리를 하는 농어촌공사는 도대체 뭣 하고 있느냐

백수읍 하사리 5지선 일대에서 수십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A씨가 지난 14일 농업용수 부족 사태에 분통을 터트리며 한 말이다.

실제, 이날 백수읍 상류부터 하류까지 상·하사리 일대 농경지와 배수로를 둘러본 결과 상류 쪽인 지산천까지는 어느정도 용수가 공급됐으나 하류로 갈수록 바닥에 겨우 흐르는 수준이었다. 벼 출수기를 앞두고 논에 물을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물부족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미 지난주부터 발생한 일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 10일경 장기소 의원을 비롯해 영광군과 백수읍사무소, 농어촌공사, 등이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결과 불갑저수지 물공급을 추진했지만 말단까지 용수가 공급되기까진 일주일가량이 걸렸다.

특히, 해안 저지대인 백수읍 상·하사리 일대 농경지 대부분은 지난달 하순 쏟아진 폭우를 제때에 바다로 배수하지 못하면서 최대 열흘 가까이 침수되기도 했었다. 7월 한달 강우량만 역대 최고치인 660mm를 기록하며 벼 1,582ha 1,477농가에서 총면적 2,290ha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극심한 침수 피해지역이던 이곳이 불과 보름여만에 가뭄지역으로 뒤바뀐 것은 농어촌공사의 물관리 때문이지만 무한 책임을 묻기도 애매하다. 극한호우 수준의 폭우로 침수피해가 발생한 직후에 6호 태풍 카눈이 상륙하면서 전국은 물론 영광지역도 강풍주의보와 100~150mm의 폭우가 예보됐기 때문이다. 또다시 침수피해를 우려한 공사 측이 사전에 하류쪽 용수를 방류했지만 태풍기간 영광에 내린 비는 평균 13mm에 불과했다. 이후 불갑저수지 물을 방류했지만 상류 논들이 먼저 물을 대면서 백수·염산 등 하류는 때아닌 가뭄 현상을 겪게 된 셈이다. 침수와 물부족까지 겹치며 아예 농사를 포기한 논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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