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서예가·전 교장

말 열 마리를 물가 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먹지 않으려는 한 마리의 말에게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스스로 해야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시켜서 하면 즐겁지 않고 성과도 낮다.

어떤 변호사가 있었다. 그는 섬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에서도 부모의 열성으로 공부를 잘했다. 공부 성적은 매우 우수했으나 문제는 부모님과 진로에 대한 의견이 달랐기에 매우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 자기는 음악이나 연기 등 예술 방면에 흥미가 있었으나 부모님은 검판사가 되기를 요구했다. 공부를 잘하지 못했으면 또 그렇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공부를 잘했기에 더욱 부모님은 그렇게 몰았으리라.

서울대를 졸업하고 고시에 합격을 했다. 변호사로 개업했다. 능력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나 사업이 번창했다. 유명한 변호사로 이름이 났고 돈도 잘 벌었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지 못했다. 사건이 마무리 된 후 변호 비용 때문에 의뢰인과 다툼이 잦았고, 사실이 아닌 일도 사실인 것처럼 꾸며 이기게 하고자 하는 의뢰인의 심사가 못마땅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건을 이기고 나도 상대방에게 미안한 경우도 다반사며, 더 형량을 낮추지 못했다고 짜증을 내는 의뢰인 때문에 매우 힘들어 했다.

변호사를 그만두었다. 고향으로 내려와 연극 대본을 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극 무대를 마련하여 공연을 했다.

돈이 벌리지 않아 그럭저럭 꾸려갈 정도였지만 행복하단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적극적으로 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자발성은 남이 시키지 않아도 해 보겠다는 의욕이다. 같은 일도 남이 시켜서 하면 즐겁지 않다. 자기가 자발적으로 할 때 행복하다. 그러나 자발성이 부족한 사람은 남이 시키는 일은 잘하지만 자신이 나서서 결정하고 추진해야 하는 일에 서툴다. 이런 사람은 미래 인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

영수는 매일 혼자 힘으로 일어났다. 아침 먹으러 나오기 전에 몸을 깨끗이 씻고 학교에 가져갈 준비물을 현관에 깔끔하게 쌓아 놓고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한다. 숙제물이나 체육복 등을 빠뜨리고 간 적이 없다. 언제나 5분 전에 통학버스를 기다렸다. 방과후 돌아오면 시키지 않아도 곧바로 집안일과 숙제를 했다. 저녁에 하품이 나오면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고 자야 할 시간보다 30분 먼저 잠자리에 드는 일도 많았다.

이런 아이는 우리 부모들이 모두 바라는 아이임에 틀림이 없다. 자발성의 극치이며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자발성의 요소는 매우 다양하겠지만 우선 흥미를 들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흥미를 갖는 분야가 있다. 그래서 매사에 흥미를 갖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관심을 갖도록 한다. 그리고 그 일의 장단점을 생각해 본다. 무슨 일이나 사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갖는 데서부터 자발성은 싹트게 된다.

다음으로는 도전정신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이 많아야 한다. 실패를 하고 나면 실패를 극복할 방법을 찾게 되고, 모든 실패는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하나의 사건임을 느끼게 된다. 그럴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도전정신이 강화된다.

주인의식이 중요하다.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 내적 동기가 유발되어 무슨 일이든지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진다. 그러면 자발성이 길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의식이 먼저인데 주인의식을 기르려면 책임을 이양한다. 권한도 준다. 권한을 주고 책임을 지워주는 것이 자발성의 출발점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하고 싶어서 하는 일보다 해야만 하기에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늦잠을 자고 싶어도 일찍 일어나야 하고 자기가 맡고 싶지 않지만 맡아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경우 자발적인 사고로 해결 방법을 찾으려 나설 때 일도 잘될 것이며 자신은 물론 주위 모두가 행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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