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군청 대회의실에서 문화예술인과 군수와의 토크 시간을 가졌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성격을 젖혀두고 참석을 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활동하는 동아리 회장단과 함께 자리했다. 군민을 대표하는 행정의 수반과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일차적 의미도 있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이 한 장소에 모여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마련되었다는 게 중요했다. 영광에서 문화를 즐기고 예술을 지향하는 단체와 개인들이 이렇게 많다는 데에 솔직히 놀랐다. 40년을 영광에 살면서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웬만한 분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무색했다. 모르는 문예인이 이렇게 많다니. 필요를 위한 교류가 소통의 길을 제대로 열지 못했음이다. 하지만 이유 없는 원인은 없는 법이다. 지역에서 평생 터를 잡고 살아가는 영광의 대표 문예인들도 전혀 알지 못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이미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을 즐기는 인구가 는다는 건 좋은 일이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평생 영광에서 문예를 사랑하는 선후배와 어우러져 살아온 입장에선 걱정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새로 조성된 일부 문예 단체가 지향하는 목적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모든 동아리와 단체는 발표라는 최종 목적을 갖는다. 단체를 만들고 회원을 확충하면, 배우고 활동을 하면서 발표를 하는 것이 순서이다. 물론 발표를 접고 자기만족의 길을 택하는 아마추어도 없진 않다. 하지만 행정에 협조를 구하고 예술 단체 보조를 조금이라도 바란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단체 혹은 동아리만 만들면 행정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크게 잘못되었다. 그래서 강력하게 제안한다. 정식으로 단체 등록을 하고 3년 이상의 발표 실적이 없는 단체엔 보조금 형식의 어떠한 도움도 주면 안 된다. 최근 지역 예술인에게 전시를 조건으로 보조금을 주는 전시기획 공모사업이 있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3백만 원 정도의 보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사업은 우리 지역의 예술인을 위한 공모사업임에도 외지의 예술인들이 끼어들어 의미를 흐려놓기도 했다. 보조금이란 내 주면 끝이 아니다. 철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수준 미달에 회원 머릿수만 채운 단체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확실한 규정을 만들어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담 과정에서도 나왔다. 단체를 만들어 군청을 찾아가 손부터 내미는 곳은 사이비 단체라고 확신한다. 잘 하고 있는 동아리와 단체도 많기에 그래도 안심이긴 하지만 원칙 없는 행정은 파행의 꼬리를 물게 만들 것이기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첨언해서, 회의 진행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이번 군수와의 토크 같은 경우는 대담 경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기 마련이다. 질문과 건의를 무작위로 받아 주는 건 좋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군민과 군수의 대담은 공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소중한 시간을 사적인 잡담과 전시 혹은 활동의 자랑질로 소비하면 꼭 필요한 공적인 건의는 기회를 잃는다. 무엇을 위한 자리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 많은 대담 장소에선 진행자의 판단 권한이 필요하다. 끊을 것은 끊고 재질문이 필요한 것은 한두 번 기회를 줌이 맞다. 사담은 끊고 공담은 재차 질문이라도 받으라는 뜻이다.

결론은 이번 군수와의 토크는 의미가 있었다. 역대 군수 중 문화예술인들을 따로 한 장소에 초대해서 질문과 건의를 받았던 일은 없었다. 그래서 건의한다. 최소한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문화예술인 전체를 초대해서 담화의 장을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문화관광과는 영광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의 현황과 제대로 활동하는 동아리 및 예술 단체를 파악해서 정리하고 소통의 장을 만들었으면 한다. 진심은 진심으로 연결되는 법이다. 민속예술제와 영광농악협회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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