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최근 제64회 한국민속예술제가 영광에서 열렸다. 취지는, 전통 민속예술의 보존과 발굴이다. 특징은 매년 열리는 민속행사이며 한국을 대표한다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민속예술의 종합 경연의 장이다. 이번 우리 지역에서 3일에 걸쳐 열린 대회는 전국 17개 시·도 및 이북 5도를 비롯한 22개 지역에서 청소년부 7, 일반부 18팀이 참가했다. 참가 인원은 1300명으로 추산된다. 군비 4억 등 16억이 투입된 행사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민속예술이란 개념은 그야말로 흥겨움이다. 우리 전통 예술은 관객과 어우러지는 소통 예술이다. 같이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며 한마당을 만들어 가는 게 한국 고유의 민속예술이란 뜻이다. 물론 이번 민속예술제는 일종의 경연이기 때문에 관객과 같이 어우러질 기회는 드물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며 흥을 돋우는 추임을 해줄 관객이 없는 민속놀이는 너무 초라하다. 이번 예술제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 행사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당연히 행사 기간이다.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치러진 민속예술제 기간은 영광의 축제 중에서 가장 큰 규모 즉, 전국 규모의 상사화 축제와 겹쳤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이번 상사화 축제는 30만의 손님이 다녀갔다. 3천 원 입장료는 20만 명 정도가 걷혔다는 후문이다. 입장료는 외부인에게만 받았으니 외부 손님만 최소한 20만이 다녀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기간에 민속예술제를 치르면서 텅 빈 관중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의문이다. 결국, 역대 지역 행사 중에서 최악의 행사로 자리매김을 하며 막을 내렸다. SNS를 장식하는 평가는 이번 행사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전남 영광군이 개최한 제64회 한국민속예술제에 군 예산 4억을 투입했지만, 담당 공무원의 미숙한 행정업무와 홍보 부족으로 지역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군민의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표현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참가자들만의 경연 잔치였다는 평가이다. 한국의 대표적 민속예술제를 그냥 경연이라는 강물에 흘러 보내버린 것이다. 여기엔 또 다른 원인도 존재한다. 바로 영광군의 국악협회 문제이다. 한희천 선생이 평생을 국악협회 회장으로 대화 들놀이등의 민속을 발굴해 활동하다 작고하면서 불거진 문제이다. 회장 선임 문제로 갈등이 고조 되고 갈등은 분열로 이어지며 아직 표류 중이다. 말이 표류이지 조직이 정지되었다는 표현이 맞다. 이웃 고창은 과거 40대의 여성 국악인을 발굴해서 현재의 고창 농악을 이루었다. 영광에 인재가 없어서는 결코 아니다. 어느 분야든 전문가는 있다.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는 우도농악 보존회가 있고 전문지식과 실력을 갖춘 전공자도 있다. 그리고 최연소 고법 대통령상을 수상했던 대단한 젊은 인재도 보유한 곳이 영광군이다. 어차피 전문 분야는 전문인들이 중심이 되어 끌어야 한다. 회장은 비 국악인이어도 된다는 건 전 근대적이다. 이제 전문인 시대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생각도 바뀜이 맞다. 소중한 민속예술의 전수를 위한 국악협회의 봉합은 빠를수록 좋다. 봉합을 당사자의 자율에 맞기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결국, 행정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군이 나서서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이는 나 개인의 생각만은 아니다. 이번 영광군에서 치러진 민속예술제를 지켜보면서 느낀 간절한 군민의 의견이다. 우리 잔치는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막을 내린 현실에서, 스스로 왕따의 길을 택한 상사화 축제와의 기간 중복의 아둔함에서 느꼈던 것은 다름 아닌 무책임이다. 행사는 기간을 채우며 정해진 예산을 소비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이제 국악협회의 영광을 되찾고 전문 국악인을 중심으로 다시 웅비하는 영광군의 민속예술이 되었으면 한다. 이는 군민으로서의 간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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