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 시인, 행정학박사, 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계묘년 마지막 한 장의 달력이 떨어져 나갔다. 새 달력을 구해서 1월을 펼쳐놓은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갑진년 1월이다.

누구나 새해를 시작할 때는 이런저런 많은 계획을 세운다. 세운 계획을 100%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백퍼센트 달성한 사람은 남다른 노력을 한 사람이다. 계획을 중도에 포기한 사람, 어떤 장애로 중지한채로 기다리는 사람 등 사람마다 자기만의 구체적인 사정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합리주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인간은 생각할 수 있고 사유(思惟)할 수 있는 존재라는 주장은 참으로 위대한 발견이다.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위에서 성찰과 관찰, 연구와 대화를 통하여 오늘날 우주로 날아가는 눈부신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나는 인간은 꿈꾸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생각 중에서 꿈은 독특한 특징과 지향을 갖고 있다. 꿈은 절망에서 희망을 보고, 고난에서 극복을 지향하며, 본질을 꿰뚫어보는 용기와 지혜를 낳는다. 인간은 꿈꿀 수 있기에 위대한 존재다. 그래서 인간은 가능성의 존재요, 희망의 존재다.

푸른 나뭇잎이 낙엽되어 떨어지고 빈 나뭇가지로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우리는 조금은 진지해지고 철학적인 사색을 갖게 된다. (뿌리)으로 돌아가서 썩는 나둣잎은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 인간의 갈 길을 해마다 거르지 않고 어김없이 가르치고 있다. 힘든 삶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실의에 빠지거나 자만심에 들떠 있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한다. 연말 송년회 등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선후배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다. 어제도 대학 동문들의 모임에 갔더니, 머리에 서리가 내려서 하얀 백발이 되고, 주름진 얼굴에 머리까지 벗겨진 모습들을 보았다.

남의 산에 있는 돌을 보고도 배우고 깨닫는다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생각난다.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낀다. 세월은 흘러가는 유수(流水)처럼, 쏜 화살처럼, 돌아가는 물레살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무도 세월을 붙잡을 수가 없다. 덧없는 세월 속에서 우리는 세월을 탓할 일이 아니고, 무심한 세월 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

내가 존경하는 영광 출신 철학자 정종(鄭瑽, 1915~2016)) 박사의 말은 지금도 나의 심금(心琴)을 울리고 있다. 전남대와 동국대, 원광대 철학과 교수를 했고, 2010123(),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흥사단 강당에서 주최했던 제42회 문학강연 및 시 낭송회의 강사로 초청했다. 95세의 노()철학자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동·서양의 철학과 문학을 통달한 평생의 삶의 철학을 사자후(師子吼)로 토했다. ‘모든 순간 순간을 최후로 알고 최선을 다하라는 요지였다.

세월도 무상하고 인생도 무상하다. 이 덧없는 무상함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무상(無常)하다는 것은 모든 것은 변화하고 불안하고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현대철학의 주류인 실존주의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안한 존재라고 선언하고 있고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고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란들이 모두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남의 말 한 마디에도 상처 받기 쉬운 우리들은 무심코 한 나의 말과 행동이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如履薄氷).

동튼 갑진년(甲辰年), 하늘을 날아오르는 푸른 청룡(靑龍)의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에게 하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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