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 용의 사랑

용은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각처의 신화 및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용을 가리켜 <미르>라는 고유어로 불렀으며 왕을 상징하는 동물로 용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리고 용을 상징한 지명이 아주 많다. 용두, 용천, 용정, 용현 등등의 지명들이 전국 각 곳에 산재해 있다. 그런데 용의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는 용을 상상의 동물로 여기고 있지만 실제로 존재했던 동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 까닭은 용은 전 세계의 많은 문화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며, 동서양이 나타낸 용의 모습이 유사하고, 구체적인 신체 부분까지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역사가나 매우 신뢰할만한 사람들이 용을 직접 목격했다고 기록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문화에는 용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다. <춘추좌씨전>에는 용을 사육하고 훈련한 가문이 있었고 송나라 황제는 그의 궁전에서 용을 키웠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또 띠를 나타내는 쥐, , 호랑이, 토끼 등 12종의 동물 중에서 11종의 동물들은 실존하는 동물인데 유별나게 용만 상상의 동물로 여기고 있다. 왜 용만 상상의 동물인가? 용도 실존했던 동물이 아닐까?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에 용과 관련 있는 지명과 전설도 많으나 용 암수가 사랑을 나눈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그 까닭은 왕을 상징하는 용을 신성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신령스러운 고장인 영광에 용이 사랑을 나눈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을 보면 영광에 살고 있었던 백성들의 의식 수준이 매우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영광읍 교촌리 물무산에서 칠산바다까지 크고 긴 굴이 뚫려있었다. 이 굴은 칠산바다의 해룡과 물무산의 육룡(陸龍)이 서로 사랑하여 왕래한 용굴 이였다. 주로 육룡이 이 굴을 통해 해룡(海龍)을 찾아가 바닷가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사랑을 나누고 싶은 충동이 인 해룡이 육룡을 찾아왔다. 그런데 육룡이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간에 육룡은 태청산에 올라가 구름 속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는 해룡은 아무리 기다려도 육룡이 오지 않자 영광에서 가장 높은 태청산을 바라보니 솜이불처럼 포근한 구름 속에서 육룡의 행복에 겨운 모습이 보이는 게 아닌가! 육룡의 마음이 변심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으로 오해한 해룡은 토라져 바다로 돌아가 버렸다. 그 뒤 육룡이 찾아오자 문을 열어주지 않고 크게 싸운 뒤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 두 용이 싸우던 날 사흘 동안이나 태풍이 몰아쳐 용 굴이 무너지고 육룡이 해룡을 만나러 다니던 길이 막혀버렸다.

육룡은 해룡이 그리울 때마다 태청산에 올라가 칠산바다를 바라보고 슬퍼하였다. 그때마다 비가 내렸다. 마을 사람들은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며 갑자기 비가 내리면 물무산 육룡이 또 해룡을 그리워하며 우는가 보다 하고 생각하였다. 가뭄이 들 때면 마을 사람들은 물무산 육룡이 해룡을 그리워하며 울기를 기다렸다. 물무산 육룡이 승천할 때가 되어 마지막으로 칠산바다 해룡을 찾아갔으나 해룡이 문을 잠그고 끝내 만나주지 않아 해룡이 그리워 눈물을 흘리며 승천하였다. 이때 흘린 눈물 두 방울이 바위에 떨어지자 바위에 눈물 자국이 생겼다고 한다. 영광읍 교촌리 물무산 기슭에는 지금도 용의 눈물이 떨어져 홈이 패인 용바위가 남아있다. 그리고 용이 사랑을 나누기 위해 왕래하던 굴은 무너지고 용바위 옆에 굴 입구만 남아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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