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영광군은 올해 방문객 천만 명을 목표로 4개 분야 16개 중점 사업에 73천만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7백만 대의 방문자 수를 4월부터 치러지는 전남체전과 장애인 체육대회의 시너지 효과에 기대어 올려 보겠다는 계획이다. 좋은 계획이다. 기존사업과 연계하는 내용을 지난 15일 보고회를 열어 알리기도 했다. 천만 관광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임은 틀림없다. 투입되는 사업비 내용을 보면 숙박과 이벤트, 유치 인센티브, 시티 투어, 관광 안내, 시설물, 상가 친절 교육, 홍보 등 16개 사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모두 필요한 사업이지만 시설을 기반으로 하는 인프라 구축은 보이지 않는다. 이십 년 전부터 필요성을 역설했던 유스호스텔 한 채도 짓지 않았고 문화예술의 기반 시설 역시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선출직 리더의 문예 블랙홀에 빨려든 것이다. 방문객을 위한 편의와 인센티브 등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불러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영광을 방문하는 손님은 대부분이 체육 행사와 축제 참여다. 이를 제외한 상당 숫자는 어떻게 집계가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700만 병이 넘는다고 한다. 궁금한 건 이들이 영광을 방문해서 무엇을 하면서 머물다 갔을까?’이다. 타지의 예술인 손님을 많이 맞는 내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딱히 모시고 갈 장소가 없다. 해안도로 한 바퀴 돌고 법성포에서 굴비 정식 한 그릇에 굴비 한 두름 선물로 실어주면 끝이다. 그래서 굳이 풍부한 먹거리의 고장이라는 자랑질로 마감한다. 전국을 돌아봐도 역시 먹거리는 영광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손님 방문은 관광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체육 행사나 기타 경연 등을 기조로 하는 방문은 사실 실익이 거의 없다. 작년 전국민속경연대회가 그 좋은 예를 보여준다. 군비 4억을 포함해서 16억이란 거금을 들인 경연대회가 관람객 전무한 그들만의 등수 매기기 잔치로 끝이 났다. 체육 행사도 아주 다르지 않다. 학생 대회는 가족이 따라오기도 하지만 어차피 관람객을 몰고 오진 않는다. 군에서는 행사를 통한 수익을 참가자들이 영광에서 지출한 숙식비를 기초로 산출하지만, 그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을 상계하면 별것이 없다. 대실을 포기해야 하는 숙박업소는 오히려 난감하다. 대부분 숙박업자는 수익이 준다는 하소연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유스호스텔이지만 엉뚱한 해수탕만 수백억을 들여 건설하는 군수의 판단력을 보여줬다.

숫자만을 위한 방문객 카운터는 실효성이 많이 떨어진다. 순수한 관광객이 절실한 이유다. 물론 행사를 위한 방문도 필요하다. 그들이 영광에 와서 좋은 감정을 느끼고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다. 전남체전이나 장애인체전을 통해 지역을 알리고 재방문의 생각하게 된다면 좋은 일이다. 그래서 다시 주장하는 게 유스호스텔이라는 이야기다. 시설이 완비된 쾌적한 머무름을 제공하지 않으면 좋은 기억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에도 말했지만, 지역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필요한 세 가지가 있다.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느낄거리이다. 볼거리는 문화재를 비롯한 과거로부터의 보유 자산이다.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지만, 표를 팔아 수익을 창출할만한 곳은 없다. 유일한 희망이 내산서원이지만 무슨 까닭인지 비밀의 화원이 되었다. 영암이 우리 역사서에 언급도 되지 않은 왕인을 내세워 표를 팔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먹거리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세 번째 느낄거리는 바로 지역의 문화다. 공연장만 달랑 지어놓고 공공미술관 한 칸 없다. 다른 지역에서 보편이 된 문화복합센터도 우리는 없다. 문제는 지을 생각도 없으니 영광의 문화를 느끼게 해줄 방법이 없다. 데리고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관광은 두 발이 아닌 삼발이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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