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최근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수석이라는 직을 신설하고 박상욱을 신임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과학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 윤 대통령의 과학 관련 관심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일 과학기술인을 상대로 한 인사회에서 제 임기 중에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R&D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예산 문제는 정부에 맡기고 세계 최고를 향해 마음껏 도전하라고 했다. 여기서 예산을 정부에 맡기라는 말이 중요하다. 예산을 정부에서 여론 수렴 없이 46천억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해가 힘들지만 대부분 국민은 이제 대통령의 언행을 조금씩 알아듣기 시작했다. 언과 행이 전혀 따로 논다는 것만 이해하면 쉽다. 과학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일에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는 “R&D 예산을 제 재임 중에 대폭 늘릴 겁니다. 다만 지금 R&D를 조금 줄였습니다. 많이는 안 줄였어요. 연구하실 분들이 연구할 자금이 없어요라고 했다. 무려 46천억을 삭감하고 많이는 안 줄였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솔직히 나는 모른다. 4일과 5일의 발언 내용이 극도로 혼란스럽다. 문장으로 치면 문맥이 이어지지 않는다. 다시 15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했던 발언을 들어보자.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이라는 주제어로 이루어졌던 민생토론회 현장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622조 원을 투자해서 일자리 3백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과 비슷한 금액이다. 문제는 이 금액이 산출된 내용을 대통령이 알고 해당 발언을 했느냐는 것이다. 622조 원이라는 큰돈은 반도체 관련 민간기업들이 향후 2047년까지 23년 동안 투자할 금액을 모두 합산한 돈이라는 사실을 몰랐어도 문제이고 알고 했다면 국민을 기망하는 것이기에 더욱 큰 문제다. 산업부에서 발표한 622조 투자의 내용은 대부분 전 정권 시기인 2019년에 발표되었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민간기업의 반도체 계획을 윤 대통령이 발표만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용인 원삼의 122조 하이닉스 팹 역시 2019년에 발표된 사업이고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말도 SK하이닉스가 먼저 사용했었다. 핑계가 필요하면 전 정권이고 사용하기 좋은 자료는 전 정권을 살며시 제거하고 사용한다. 그리고 탈원전은 반도체 등의 첨단 산업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말도 확인 없이 내보냈다. 원전이 아니면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댈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제정이라는 내막이 숨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동해안에 원전을 세우고 송전망을 확충하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게 정부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대통령의 무지는 드러난다. 원전과 반도체 산업은 RE100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의 미디어를 통해 LNG와 원전은 재생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에 넷제로를 선언한 애플에 판매가 어려움을 보도해 왔다. 그래서 일반 국민도 대부분 알고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정작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만 RE100 자체를 대선 시기부터 몰랐고 지금도 모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외국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파운드리 부탁을 하면 이 나라엔 원전이 몇 기나 있는가를 물었다고 한다. 대통령 외교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내보낸 기사라면 기자도 문제가 있다. 신문과 방송사에 인걸은 간 곳 없고 충성만 남았다.’ 그리고 그들은 현대판 벌거숭이 임금님을 만들고 있다. 순식간에 한일 경제 성장은 역전이 되었고 중국과의 무역은 수교이래 최초로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정을 지휘하는 대통령은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벌거벗은 몸에 가상의 비단옷을 두르고 왕 놀이에 흠뻑 빠져 있다. 과학계는 모든 연구비가 삭감되어 새로운 인재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과학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는 용기는 무지와 동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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