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6·25전쟁) 당시 어린 아들, 딸을 두고 조국 수호를 위해 참전했던 고() 김명손 경사가 74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 20075월 영광군 묘량면 삼학리 일대에서 발굴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당시 전남 보성경찰서 소속 김 경사로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이로써 군 당국이 20004월 유해 발굴 사업을 시작한 이래 신원을 확인한 6·25전사자는 총 226명이 됐다. 이들 중 경찰관은 모두 26명이다.

국유단에 따르면 192321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경사는 순경으로 근무하던 중 아내와 어린 자녀를 남겨두고 6·25전쟁에 참전했다.

딸 김송자씨의 증언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하자 경찰관 한 명이 집에 찾아와 고인에게 '빨리 출동해야 한다'라고 알렸다. 그러자 고인은 김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 말 잘 듣고 있어라'고 말한 뒤 급하게 뛰쳐나갔다.

김 경사는 북한군의 호남지역 진출을 막기 위해 국군과 전남경찰국이 전개한 '호남지역 전투'에 참전했다. 당시 전투에서 삼학리 일대를 지키던 고인 소속의 경찰 1개 소대는 고창에서 영광 방향으로 진출하던 북한군 6사단 1개 대대와 맞서 싸웠고, 고인은 195072827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국유단은 '전남 영광군 삼학리 인근 야산에 북한군과 전투를 벌이다 전사한 다수의 경찰관 유해가 매장돼 있다'라는 지역 주민의 제보를 바탕으로 20075월 발굴에 나섰다. 그 결과 제보 지역 인근에서 30여구의 유해를 수습했고, 이 중 김 경사를 포함해 총 23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김씨는 아버지의 유해라도 모시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201411월 광주광역시 서구 보건소를 방문해 시료를 채취했고, 이후 고인의 유전자와 정밀 대조 분석해 가족관계임이 최종 확인됐다.

김씨는 아버지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꿈만 같아 며칠 동안 울기만 했다"라며 "어머니는 아버지가 그리워서 '연락선은 떠난다'라는 노래를 늘 불렀는데, 이제 국립현충원에 안장되면 자주 뵈러 갈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 경사에 대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는 김씨의 집에서 진행됐다.

6·25전사자 유가족(전사자의 친·외가 포함 8촌까지)은 국유단에 전사자 유해 신원 확인에 필요한 유전자 시료 채취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가 제공한 유전자 정보로 전사자 유해 신원이 확인됐을 땐 포상금 1000만원을 지급한다.

국유단은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라며 "유전자 시료 채취를 희망하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생계 등 때문에 방문이 어려운 유가족의 경우 대표번호 1577-5625로 언제든 연락하면 직접 찾아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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