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서예가·전 교장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와 자식의 책 읽는 소리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지식을 책에서 얻었다. 책을 통해서 읽은 것들을 중심으로 벗들과 대화하고 선생님께 물어 깨우치는 것이 공부의 방법이었다.

정자(程子)는 공부에 대해 박학 심문 신사, 명변, 독행, 오행자 폐기일비학야(博學, 審問, 愼思, 明辯, 篤行, 五行者 廢其一非學也)’ 널리 배우고, 자세하게 질문하고, 깊게 생각하고, 명백하게 분간(판단)하고, 성실하게 행하는 일 중 어느 하나라도 놓친다면 학문한다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공부는 책을 읽고 생각하며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고 행하는 일까지라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그 내용이 기억되며 그 내용이 공부를 할 때 기본 지식이 되어 또 다른 지식을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독서한 내용이 학습의 장면에서 활용됨으로써 학력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공부를 해도 이해가 잘 안되어 학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조선일보에서 교사, 전문직 등 10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6%책 많이 읽는 학생이 학업 성취도가 높다고 응답하였다. 학업능력과 책읽기 간 상관관계가 높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은 독서가 가장 영향을 끼치는 과목으로 국어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사회, 과학, 영어, 수학 등의 순으로 답했다. 독서가 국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수학능력 시험 결과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 보다 과목별 18-22점의 차이를 보였다고 발표하였으며,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 대기업, 공기업, 외국계 기업 등 괜찮은 일자리를 얻은 비율이 20% 높았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와 같이 독서는 학습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만 학력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다양한 삶을 이해하거나 아름다운 정서를 함양하는 도구이다. 독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습득함으로써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그래서 독서하는 자녀는 공부도 잘하려니와 인성도 좋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는 것이다.

자녀들이 책을 가까이 하도록 하기 위해 짐 트렐리즈<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에서 태아에서부터 14세까지 책을 읽어주기를 권장한다.

자녀들에게 어머니나 아버지가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면 정서발달이나 학습 능력에 크게 기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되고 읽어주는 목소리와 표정을 통해서 내용을 더 잘 이해하며 좀 어려운 낱말이라도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휘의 확장인데 스스로 읽으면 알 수 없는 어휘도 부모나 선생님이 읽어 주었을 때 쉽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책의 내용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기회를 준다. 이때 특히 관심을 갖고 지도해야 할 일이 요약하기이다. 국어 시간에는 위의 내용과 같이 질문하기를 한 후에 간단히 요약을 하도록 하여 요약 능력을 길러준다.

독서를 한 후에는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도록 한다.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는 것,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하는 것 등이 독서력을 한층 높여주는 좋은 방법이 된다. 독서 흥미나 습관 형성에도 기여한다.

일주일에 1회 정도의 시간을 정하여 가족 모두가 독서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1시간 정도가 좋다. 처음에는 일정한 시간에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틈틈이 읽도록 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정하여 운영하면 좋다.

가족이 함께 서점에 가는 기회나 도서관 방문 등의 시간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 책 읽는 부모의 모습, 선생님의 모습이 자녀나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독서습관 형성 지도의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동아리 독서 시간을 확대 운영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선생님이나 부모 보다는 친구들끼리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한 달에 2회 정도 동아리 모임 시간을 정하고 평소에 책을 읽고 그때 토론을 하거나 감상을 발표하도록 한다. 가정에서는 친한 친구와 2-3명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기회를 마련해 주면 좋다. 부모들도 함께 하면 더욱 좋다.

독서의 성과는 표현에 있다. 글로 쓴다든지 이야기 한다든지 토론을 하면서 독서의 내용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톡서 토론 수업, 가정에서는 간단한 토론의 기회를 가지면 좋다.

친구들끼리 토론하도록 한다든지 독서 노트를 쓰는 것도 좋으나 부담을 주어 독서를 혐오하게 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하되 진척 상황을 보면서 점차 질을 높여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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