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지금이야 거의 모든 어선의 재질이 견고한 플라스틱(FRP)나 알미늄으로 되어 있어 그 견고성이나 안전성이 과거 목선의 그 것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불과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아직은 그런 재질의 배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낡은 목선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어업을 가업처럼 여기며 살아온 지 어언간 15년여, 보다 큰 배를 한 척 장만하는 것이 소망이었던 우성은 그 동안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 참아가며 열심히 어업에 종사하고 노력 한 결과 이제야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세상을 얻은 것보다 더 큰 기쁨에 젖어 새롭게 건조한 배를 몰고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우성의 가슴은 온통 설렘으로 가득했다.

홍농읍 가마미 조선소에서 약 3개월여에 걸쳐 건조 된 이 배야말로 우성에겐 천하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아닐 수 없었다.

가마미에서 우성의 집이 있는 염산면 향화도까지는 뱃길로 80여 해리. 봄 바다에 엷게 깔린 뽀얀 안개 속으로 가물가물 향화도가 보일 듯 말 듯 한 임병도 부근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지금까지 아무런 탈 없이 쾌속 항진을 하던 배가 갑자기 덜컹하면서 한 번 기우뚱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우성은 배의 속력을 줄이고 주의 깊게 배를 점검해 보았으나 별 이상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시 배의 속력을 높이고 항해를 계속하면서 얼마쯤 시간이 흘렀다. 배가 항진하는 앞쪽만 주시하면서 능숙한 솜씨로 키를 잡고 있던 우성은 아무래도 배가 정상이 아님을 오랜 경험을 통한 직감으로 느꼈다.

우성은 엔진을 끄고 기관실을 들여다보았다.

아뿔사! 이게 웬일인가? 기관실은 온통 수증기로 자욱한데 그 수증기 속에서 마치 커다란 분수처럼 하얀 물줄기가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우성은 부랴부랴 기관실로 들어가 물구멍을 막아보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기관실에는 벌써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 이럴수가” “이 무순 날벼락이란 말인가?” “10년 넘게 고생 한 보람이 이토록 허무하게 물속에 잠기게 되다니

우성이 넋두리처럼 중얼거리며 긴 한숨을 토해내고 있는데, “그러게 진작 때려치우고 도시로 나가 맞벌이라도 하면서 살자고 헝게는 고집만 부리더니 이것이 무순 꼴이냐?”며 그 때까지 영문을 모르고 있던 아내가 포악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런 아내의 포악에도 우성은 달리 대꾸 할 말이 없어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물이 차면서 점점 가라앉기 시작한 배는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더니 거세게 밀려오는 물살에 의해 뒤집어지려 하고 있었다.

ㅡ계속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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