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건안삼신의(建安三神醫)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名醫)로 동봉(童奉)이라는 의원이 있었다.

동봉은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사람으로 화타(華佗), 장중경(張仲景)과 함께 건안(중국 한나라 마지막 황제의 연호)삼신의(建安三神醫)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동봉은 한때 손권 치하에서 후관현이라는 벼슬살이를 했으나 관청일이 몸에 익숙치 않아 그만두고 의술공부에 전념하여 마침내 도에 통달하게 되었다.

동봉은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고도 돈이나 물건 등의 보수를 받지 않았다.

대신 병이 위중했던 사람에게는 살구나무 다섯 그루를 심게 하고 가벼운 환자에게는 한 구루를 심게 했는데 세월이 흘러 살구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었다.

살구가 열리자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나눠주도록 했는데 곡식 한 됫박을 가져오면 살구열매도 같은 량을 가져갈 수 있었으며 곡식을 조금 가지고 와서 살구열매를 많이 가져가려 욕심을 내면 호랑이가 나타나 그 사람을 쫓아냈다.

살구의 효과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동봉은 백세를 살았지만 죽을 때까지 그의 얼굴은 서른 살의 젊은이 같았다고 한다.

의원을 별칭으로 이르는 말 중에 행림(杏林)이라는 미칭(美稱)이 있는데 이는 동봉이 베푼 의료선행인 살구나무숲이라는 말에서 유래가 되었다.

목숨보다 치료가 먼저였던 화타

건안삼신의(建安三神醫)로 불리는 또 한 사람의 전설적인 명의가 화타(華佗).

화타는 동봉과 동시대의 인물로 설화에도 자주 등장할 만큼 명의로 알려져 있는데, ‘토끼전이라는 소설에서는 토끼를 놓치고 실의에 빠져있는 자라에게 용왕의 만병통치약을 만들어 주었다고 전해질 만큼 민간에서는 의신(醫神)으로 받들어진 인물이다.

그는 마비산이라는 마취약으로 환자의 정신을 잃게 한 후, 환부를 절개하여 치료하고 실로 봉합하는 현대적 외과 수술을 집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심한 두통을 앓고 있던 조조가 화타를 불러 치료를 부탁했다.

조조는 당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어 기피 인물이었지만 비록 적()일지라도 병을 치료해주는 것이 의원의 본분이라는 소신이 있었기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주변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조조를 치료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조조의 두통에는 약대신 머리에 칼을 대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먼저 의원 길평과 동봉의 암살 미수로 예민해 있던 조조는 화타를 의심하며 옥에 가둬 죽여버렸다.

생명을 볼모로 한 의료대란

일부 전공의들이 소속 병원에 사직서를 내는 등 전면적인 의료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제 의대 교수들마저 동참할 것으로 예견이 되고 있으며 전국의 의대생들도 정부정책에 반발하며 동맹휴학에 들어갈 것이라고 하고 있어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벌써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죽은 사망자가 나오고 중환자들의 수술날짜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파업에 따른 의료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신성한 직업이라는 의사가 그 사람의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벌이는 것을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처럼 의대증설을 통한 의사의 양산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이유라면 이해가 가지만 혹여 고수익 전문직종인 자신들의 수익성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파업에 무게가 더 실려있다면 이는 직업윤리뿐 아니라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질 나쁜 이기심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의사의 소득이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보다 최대 7배 가까이 많아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고수익 전문직종인 의사가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자유이나 단지 수익이 줄 것이라는 이유로 파업을 해 환자의 치료가 늦어지거나 생명을 잃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윤리적인 문제이다.

의사협회는 파업을 풀고 정부는 대화에 적극 나서 이 파국을 막아야 한다.

의원을 행림(杏林)이라 불렀던 데에는 살구나무 숲을 통해 신성한 의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일러주려는 옛 사람들의 깊은 뜻이 숨어있었을 것이다.

돈벌이보다는 먼저 사람의 생명을 중시했던 중봉이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적일지라도 치료가 먼저라 했던 화타의 높은 뜻을 잘 알기에 우리는 이 분들을 신의(神醫)로 추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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