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총선을 25일 앞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리고 있다. 정책 공방이 아닌 말싸움이다. 공천 방식을 두고 오가는 설전은 도를 넘었고, 국민 눈높이에서도 유치하기 짝이 없다. 정치인의 착각 중에서 가장 큰 게 근거 없는 우월감이다. 국민이란 집단 지성 수준을 항상 자신들이 주장하는 발언에 좌우되는 정도로 알고 있으니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집단이 만들어가는 여론의 지성은 역사적으로 언제나 정치인보다 위에 있었음을 정작 본인들만 모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가 사회를 선도한다는 이상한 논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그래서 착각이라는 것이다. 정치는 사회 흐름의 가장 끝에서 힘겹게 따라가기 마련이고, 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행정은 일반 기업의 끝에서 가장 안전한 길을 선택해서 힘들게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행정은 늦게 변하며 모든 문서 양식은 아직도 가장 복잡하다. 행정 편의주의는 주민의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것이다. 아직도 행정청의 문서 갑질은 진행형이고 간소화는 요원한 과제다. 정치와 행정의 우월감은 평행선을 유지하며 국민을 얕보고 있다.

국민은 국가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체다. 가장 큰 권력 단체인 셈이다. 단체를 이루는 요소인 개인은 시민의 자격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만, 결과는 국가의 정치 권력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단 선택의 오류는 아주 중요하게 작용을 하는데, 국가의 발전에 큰 제동을 걸거나 심하게는 존립을 좌우하기도 한다. 첨단 과학 시대에 일 년을 잃으면 십 년의 경쟁력을 잃기 마련인데, 5년은 50년의 경쟁력을 잃음은 물론 50년을 퇴보로 이끄는 심각한 상황을 가져올 수도 있는 시간이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는 더욱 최악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아주 많이 농후하다. 실제 우리는 최근 2년의 정치를 통해 아프게 실감하고 있다. 경제는 바닥이고 정치는 독재로 회귀하고 있으니 걱정이 크다. 권력을 향해 입을 여는 사람은 강제로 입을 막아 들어내고, 수사를 받고 있는 고위 권력자는 대사로 임명해서 도피성 출국을 시키고 있다.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이를 독재라고 한다.

며칠 전, 스웨덴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는 국제연구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를 통해 한국을 독재화 진행 국에 포함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급격하게 퇴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자유민주주의 지수에서 179개 나라 중 47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권이었던 202117위에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는 전 세계 4,2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해서 선거 공정성, 언론 자유, 사법 독립성, 성 평등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후에 민주주의 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있는 기관이다. 연구소는 이 지수를 바탕으로 하락세가 심한 국가를 독재화(Autocratization)’가 진행 중인 국가로 분류한다.

요즘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안들은 대부분 정부가 국민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있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 우리 표현으로 그래서 어쩔 거야?’식이다. 여기에 최선을 다해 공조를 하는 곳이 언론이라면 상황은 심각하다. 권력과 동색인 독재를 견제해야 하는 사명을 안고 있는 언론이 권력과 공조를 하면 이미 언론으로서의 가치는 상실되고 만다. 최근 외신과 위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의 발표 등은 국내 보도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일부 진보 매체와 SNS 정도에 실렸을 뿐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알릴 권리에 진보와 보수가 왜 갈려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언론의 심각한 자기 부정으로 봐야 할까. 아무튼, 국민의 권한은 자신에게 주어진 투표용지 한 장이다. 바른 선택은 자신과 국가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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