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복지상담융합학부

김철진 광신대학교 복지상담융합학부 교수
김철진 광신대학교 복지상담융합학부 교수

심리학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정신과정을 탐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의 삶을 저마다 영위해 나간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 있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행복과 불행이 그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랑과 증오, 환희와 고뇌, 기쁨과 슬픔이 모두 그 사이에서 잉태되고 분출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기 자신과 타인들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으며, 다른 사람들과 공통되는 점은 무엇이며, 나에게만 독특한 점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자기 자신과 타인들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알고자 원한다.

심리학자요 교류 분석의 창안자인 에릭 번(Eric Berne)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식을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자신만을 인정하고 타인을 부정하는 방식, 자신을 부정하고 타인을 인정하는 방식, 자신과 타인을 모두 부정하는 방식, 그리고 자신과 타인을 모두 인정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심리학자인 해리슨의 저서 가운데 아주 유명한 'I'm OK, You're OK'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나도 옳을 수가 있고 당신도 옳을 수가 있다. 또 나도 틀릴 수가 있고 당신도 틀릴 수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옳은데 네가 틀렸다'(I'm OK, You're not OK)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항상 네가 틀렸다며 상대방을 비난하기 때문에 항상 자기가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가 정의의 잣대이기에 다른 사람은 항상 불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단순한 방법론의 차이, 주관적 해석 등을 가지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여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이들은 항상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항상 공격적이고 파괴적이며 비판적인 그런 이론을 진술하는 사람들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거의 환자라고 본다. 이런 사람들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이기에 치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불행하고 공동체를 불행하게 만들고 만다. 이런 사람들은 공동체 안의 화평과 조화를 깨뜨리는 경향이 있다. 과연 우리 자신은 어떤 사람들일까?

요컨대 자기긍정-타인부정의 유형은 자기도취형이고, 자기부정-타인긍정의 유형은 패배형이고, 자기부정-타인긍정의 유형은 염세포기형이며, 자기긍정-타인긍정의 유형은 원만형이라 할 수 있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속하는가?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네 가지의 모습을 담고 살아갈 것이다. 때로는 자신과 세상을 모두 마음에 품었다가도 일순간 외면하고 싶어지기도 할 것이다. 타인과 세상의 모습이 아름답게 비춰지다가도 갑자기 추하고 욕스럽고 도저히 믿지 못할 대상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부모님에 대하여, 선생님에 대하여, 친구에 대하여, 연인에 대하여, 또한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신과 타인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못해 친구와 연인을 만나면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속한 삶의 유형을 엄밀히 분석해보자. 물론 네 가지 모두의 모습을 담고 있겠지만 어느 유형이 보다 더 지배적인가? 네 번째 유형이 축소되고 나머지 세 유형이 지배적이라면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삶의 시간은 그만큼 적을 것이고 대인관계에 있어서 부적응을 초래할 것이다.

우리의 실제 모습은 복합적이라 할지라도 지향점은 분명하다. 그것은 나와 타인의 모습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살아가려는 삶의 자세이다. 이는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나와 타인이 함께 아울려 동반자적 삶을 엮어가는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 자기긍정-타인긍정의 삶을 살자. 자기 자신을 미칠 듯이 사랑하되, 남에게 화를 내지 말고 남을 용서하고 배려하면서 동반자적인 삶을 살아가자. 우리는 타인 없이 홀로 존재하지 못하므로 타인을 가치를 지닌 독특한 사람으로 수용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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