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靈 영광의 光 <7>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오후 두 시경에 불갑 수변도로에 사진 몇 장 촬영 할 것이 있어서 들렀다. 만개한 영산홍과 철쭉을 보러온 사람들이 제법 보이고 분수대도 오랜만에 물을 뿜어 올리고 있었다. 꽃향기에 취해 촬영도 잊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멋진 우리 가락이 들려왔다. 함평에서 소리를 공부하는 아마추어 소리꾼과 목포일대에서 활동하는 전통매듭을 공부하는 동아리에서 영광에 들렀던 것이다. 고(鼓)에 맞춰 멋들어지기 불러 재끼는 우리 가락은 언제 들어도 좋다. 하지만 전통문화 이야기만 나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 교육의 잘못된 점이 바로 그것이다. 전에도 언급을 했지만 초등 입학을 하면 먼저 배우는 것이 오선지와 음표다. 결코 그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 전통의 악보도 다루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이 이렇다 보니 우리 전통의 국악은 나중에 취미 있는 사람이나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 외에는 전혀 접할 길이 없게 되고 만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가 아니고 “우리 것은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이여”이다.
우도농악 지킴이 최용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은 우리 고장의 풍물 지킴이 최용 같은 젊은이가 있기 때문이다. 별로 신경 써주지 않는 분야에서 묵묵히 그 길을 지키고 흔들림 없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자긍심과 고집이 아니고는 사실 힘들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병행되는 삶의 현실은 한 길을 가는 사람에게 너무나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나마 1970년대 대학가에서 농악패가 몇 군데서 조직되어 운영이 되었지만 시위대에서 앞세우다 보니 정부의 배척아래 시나브로 거의 흩어지고 이제는 사물놀이 등의 형태로 조금 살아남아 활동을 하고 있는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하지만 어찌 우리의 풍물굿을 사물놀이에 비하겠는가. 풍물굿은 음악에 머무르지 않는 종합예술인데도 자꾸만 음악의 부분 장르로만 끌고 들어가려 하기에 사람들의 혼선이 빚어지고 풍물굿이 비하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면 최용이 이끄는 풍물패의 공연을 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
우도농악 특징
그가 정리해준 영광우도농악의 특징을 살펴보자.
무형문화재 제17호 영광우도농악은 전남 서남해안 지역인 영무장 농악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영무장 농악이란 영광, 고창, 장성, 함평등지의 농악을 말하는 것으로 옛날 낭 걸립패들이 하던 신청농악에 뿌리를 둔 걸궁굿이며 그 특징은 아래와 같다.
첫째, 화려하게 짜여 있어 최고의 걸궁 농악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잡색의 수(10)가 많고 모두 나무로 만든 탈을 쓰고 연희 하는데, 전문 광대들이 탈을 쓰고 하는 놀이가 농악에 남아 있는 것은 영광 우도농악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셋째, 굿 가락이 비교적 느리고 벙어리 가락을 많이 사용하여 가락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긴장과 이완을 잘 표현 한다.
넷째, 부포놀이. 장구놀이. 북놀이. 잡색탈놀이 등 개인놀이가 다양하고 뛰어나며 특히 지금은 사라져가는 ‘꼬깔소고’가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다섯째, 상쇠와 쇠꾼, 쇠꾼과 장고잽이들이 교대로 연주하는 ‘짝드름’이 잘 발달되어 있다.
여섯째, 잡색과 치배가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연희하며 군기가 엄하다.
일곱째, 마을굿의 원형을 잘 보전하여 굿의 전통성을 지켜 나가고 있다.
이상이 영광우도농악의 특징이고 여기서 용어와 관련해서 약간의 부가설명을 하면, 우리의 옛 문헌에 양반들은 농악을 쟁고(錚鼓), 금고(金鼓) 등으로 불렀고 일반 서민들은 ‘풍물굿, 지신밟기, 뜰밟이, 매귀, 풍장, 두레, 걸궁, 걸군, 글입’ 등의 다양한 명칭을 사용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굿친다’는 말은 있었지만 ‘농악친다’라는 용어는 없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용어에는 ‘농민’이나 ‘농촌’이라는 말은 없었으니 더더욱 농악이라는 말은 없었음이 분명하다 하겠다. 하지만 용어를 떠나서 우리 것을 사랑하고 보존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존재하고 최용 같은 젊은이가 존재하는 한 우리의 전통은 무궁할 것이고 영광의 전통문화 발전 역시 희망이 이어져 가리라 생각 된다.
영광우도농악 개요
현재 우도농악 보존회는 서울놀이마당 공연, 정신장애인 대상 풍물굿을 통한 치병. 치유. 강습 등을 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제13회 공개행사인 마을굿 축제를 통하여 마을굿의 원형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가고 있다.
또한 우도농악 전수관에서는 서울 산업대를 비롯한 대학 및 중고등학교. 사회단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전수를 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북유럽 국가들과 상호 방문전수 및 공연을 2001년부터 이어 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