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조영조/ 농협중앙회 영광군지부장

황금돼지의 꿈을 안고 시작한 정해(丁亥)년 한해가 서서히 저물어 간다. 저마다 신년 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한해를 준비해야 할 때다. 새해엔 우리 농업인의 얼굴에 밝은 희망과 웃음이 넘쳐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가소득창출을 통한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다. 한 가지 방안으로 우리지역만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자원을 활용하여 농가경제에 보탬이 되는 관광농업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본다.
다사다난했던 금년 한해에도 옥당골 영광에는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영광-광주간 4차선 도로개통을 계기로 우리 지역에는 휴일이면 외지인들의 발길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참으로 긍정적인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역 이미지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만 할 때다. 관광객들은 처음 방문했을 때의 첫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다시 찾게 됨을 깊이 인식하여 다시 찾는 옥당골 만들기에 다 같이 나서야만 하겠다. 예로부터 옥당골 영광은 물산이 풍부하고 천혜의 관광명승지를 보유하고 있어 모든 군민들이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들을 함께 모아간다면 영광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확신한다.
때마침 영광군에서는 전라남도의『이달의 시군』시책운영에 따라 12월중 『이달의 시군』으로 선정, 도청에 홍보관을 설치하여 12월 한 달 동안 도청을 찾는 방문객에게 영광군의 아름다운 관광지와 특산품을 집중 홍보하는 등 지역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광활한 평야와 칠산바다의 황금어장, 원불교 영산성지,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기독교 순절지 등 3대 종교 문화유적과 전국 최고의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해안일주도로에서 송년 해넘이의 추억이 준비된 영광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굴비, 모싯잎 송편, 태양초 고추, 간척지 쌀, 황토갯벌장어, 새우젓, 천일염 등 친환경 지역특산품을 전시하여 도청 방문객에게 ‘남도 음식의 1번지’에 걸 맞는 영광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또한 백수해안도로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만끽하며 송구영신의 추억과 각오를 다질 수 있는 해넘이 축제를 소개하고 전국 최대 규모의 상사화 군락지 불갑산, 가족과 연인들의 드라이브코스로 각광 받고 있는 불갑저수지 수변공원, 세계 4대 갯벌에 속하는 갯벌 체험장, 천년고찰 불갑사 등을 롤스크린으로 제작 홍보하고 있다.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들이 고맙게만 느껴진다. 이와 같은 노력들을 지켜보면서 농가소득에 기여하는 관광농업을 생각하게 됐다. 금년에도 우리 고장에서는 법성포 단오축제가 열렸고, 전국적으로 지역축제가 많이 개최됐다. 지역 향토축제라 불리는 지방축제들은 농경사회의 전래풍습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전통문화 보존과 계승 차원에서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지역축제는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동질성 확인을 통한 일체감과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고 외부인에게는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 주는 계기가 된다. 특히 농촌의 축제는 우리 농산물 홍보와 소비촉진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국민경제활동 및 일상생활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농촌을 향한 녹색관광의 여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농촌 자연환경과 고유 전통문화 및 특산물 등 지역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 도시민에게 편안한 숙식과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그린투어리즘(Green Tourism)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농산물 생산·유통대책과는 별도로 도시민에게 휴양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관광농촌사업을 전개해 왔다. 다양한 형태의 관광농업을 조성함으로써 농업인들에게는 농산물생산소득과 함께 시설이용료 등의 부수적인 소득을 얻게 하고 있다. 관광 농촌마을을 가꾸기 위해 도로확장, 상하수도 등 편의시설을 확충함으로써 농업인들에게 쾌적한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는 효과도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80년부터 관광농원, 민박마을,주말농장 등을 추진했으나 체험 프로그램이나 마케팅 등 소프트웨어가 부족하여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농촌의 어려움을 감안, 주5일 근무제와 함께 농촌관광사업도 네트워크형 모델로 개발하여 성공한 사례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촌관광의 성공사례로 농사체험,농촌휴양, 농촌 문화체험, 특산물 판매,농촌민박 등 다섯 가지를 꼽는다.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농협의 팜스테이는 좋은 사례이다. 그만큼 도시민들이 우리 농촌에 접근하기 쉬워졌다. 관광농업을 통해 농업인의 소득창출 기회가 더욱 확대된 것이다.
국민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 내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농업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농업과 농촌에 대한 가치를 국민들에게 재인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안전 농산물 생산은 물론 고향농촌을 찾아 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좋겠다. 농촌에는 아직 소박한 인정과 전통문화가 남아있고 자연경관이 보존되어 있다. 도시민들은 항상 맑은 물과 싱그러운 공기, 그리고 농촌의
포근함을 동경하고 있다. 도시민들이 농촌을 찾게 되면 민박수요와 농산물 직거래가 확대될 것이니 농가소득도 늘어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웰빙 시대엔 가장 '시골스러움'이 도시인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그런 면에서 금년에 가장 각광을 많이 받았던 우리지역 군남면 용암리 농촌체험마을은 우리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희생으로 도시민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어냈다.
이제부터는 다시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농가소득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실행해 나간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처럼 우리 농촌에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소재들이 많다고 본다.
21세기 농촌사회의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가장 농촌다운 모습이 살아있는 어메니티(amenity 농촌공간의 자연과 전통문화로 편안함과 즐거움을 제공해 주는것) 자원이 떠오르고 있다. 벤치마킹 차원에서 몇 군데 사례를 소개해 본다.
전남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의 때 묻지 않은 시골 도선마을, 고승 도선 국사의 자취가 남아 있다는데서 이름이 유래된 이곳에는 산나물 캐기와 고로쇠 된장 만들기(봄), 자두 따기(여름) 밤 줍기와 감따기(가을) 산사체험과 손두부만들기(겨울) 등 마을의 한해살림이 도시에서 찾아 온 손님들을 설레게하기 충분하다,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 다랭이마을. 경작지가 태부족한 상황에서 오랜세월 마을 사람들이 뒷산을 배경삼아 구석구석 일궈놓은 '다랭이논' 이 색다른 경치를 만들어낸다. 넘실대는 바닷물과 절벽이 만들어낸 그림같은 풍경은 낚시와 드라이브를 겸한 여행코스로도 손색이 없다고 한다.
충남 태안군 이원면 관1리 볏가리 마을에서는 아직도 전통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남아있어 소금을 모으고 염전에 물을 퍼올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갯벌 생태계도 생생하게 지켜 볼 수 있다. 우리 지역에도 찾아보면 이런 자연자원들이 풍부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접근해 볼 만한 사례들이다. 관광농업을 발전시키자면 농촌에 도시문화를 끌어들이기보다 농촌다움을 보존하고 지역주민이 자연자원과 관광, 휴양자원을 적극 개발하는 것이 좋다. 농산물 과잉생산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인 반면 여가생활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발맞추어 농촌의 자연환경을 자원화 하는 데서 농촌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겠다. 일반식당과 다름없는 기존 관광농원 개념에서 벗어나 자연과 환경을 농촌소득원으로 연계시키는 방안을 도입, 자연을 농업적 요소와 접목하여 녹색 사업화 하는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맑은 물과 쾌적한 공기, 살아 숨 쉬는 흙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생태계를 학습하는 장으로 농촌을 승화시킨다면 소비적인 행락이 생산적인 관광으로 유도되는 한편, 지역 농산물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새해에는 관광농업을 통해 우리지역을 다시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잘사는 복지농촌이 실현될 것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