池 秉 文 (전남대학교 교수·정치학박사)
머릿말
1995년 이후 제도적으로는 지방 정치가 도입되었지만, 중앙 정치 수준에서의 지역 패권주의가 지방에까지 확산되어 정치 세력간 경쟁이 불가능하게 되고 그 결과 지방 정치가 발전하지 못했다. 한 지역을 특정 정당이 지배함으로써 지방 정치에 있어서 견제의 기능이 부재하였다. 호남, 서울, 충청, 영남 어디를 막론하고 견제 세력이 부재하여 반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 아울러, 이러한 상황은 지방 정치를 중앙 정치에 예속시켜 자율적 발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2002 지방선거는 지방 정치를 중앙정치의 종속에서 해방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하며, 지방의 쟁점이 선거 결과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주민단체의 활동은 여기에 집중되어야 한다. 2002 지방 선거는 지난 4년 내지 7년의 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기초로 후보자간에 정책 대결의 장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2002 지방 선거는 21세기의 첫 지방 선거라는 점에서 21세기 지식정보 사회가 요구하는 지방 정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지방 정치인들을 충원하는 기회여야 한다.
2002년 선거에 대한 주민단체의 대응
지금까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를 중앙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이 밀실에서 공천했기 때문에, 지방 정치인들은 중앙 정치인만을 바라보고 주민을 무시하였다. 지역 패권주의 때문에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지역당에 의해 지배되어 지방의회의 활동이 침체되고, 지방 정치는 지역 주민으로부터 격리되었다. 지방 정치인들은 선거인의 선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 관계와 당리당략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며, 그 결과, 선거인의 정치 소외가 더욱 심화되었다.
따라서, 2002 지방선거에 대한 주민단체의 대응 전략은 한 마디로 지방선거를 중앙정치로부터 해방시켜 지방 정치의 지방화를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중앙정치에의 예속과 보스 정치를 타파해야 진정한 의미의 지방 정치가 발전한다. 이를 위해서 주민단체는 지방의 의제를 발굴하고 선거 기간에 이를 쟁점화하여 선거에 대한 주민의 관심을 촉발해야 한다.
첫째, 주민단체들은 지방의 쟁점이 2002 지방선거를 결정하게 해야 한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단체들은 지방의 쟁점을 창출하여 이에 대한 주민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지방의 정책에 대한 결정권이 중앙정부에 있지 않고 지방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선거인에게 알리고 정책 실패에 대한 폐해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여 지방선거가 지방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의 장이 되게 해야 한다. 지역주의 때문에 아무리 문제가 많은 후보도 지역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되는 폐습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지방의 잘못에 대해서까지도 중앙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지역주의에 편승하여 면책되는 현상을 단절해야 한다. 지방의 의제를 적극 개발하여 지역주의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특히 선거인들이 지방 정치인에 대해 잘 모르고, 지방의원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시정해야 한다.
둘째, 주민단체들은 지방 정치인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여 선거인들이 투표 결정 과정에서 활용하게 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반민주 행위, 인권 탄압, 독재 협력 등 추상적인 요소들이 평가 기준으로 제시될 수 있지만 지방선거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지방의원의 이권 개입이나 단체장의 정책 실패 내지 예산 낭비에 관련된 자료를 모아 공천 과정이나 선거 기간에 선거인에게 제공해야 한다.
셋째, 각 지방의 풀뿌리 단체가 2002 지방 선거를 주도해야 한다. 16대 총선에서 총선시민연대는 풀뿌리 조직에 소홀하여,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유권자들의 표면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조직화하지 못했다. 총선시민연대가 낙선 대상으로 선정하였지만 실제로 선거구에서 낙선 운동을 할 조직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지방에 따라 의제가 다르기 때문에 전국적 연대 조직은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활동은 지방의 풀뿌리 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젊은 층의 선거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의 정책을 찾아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지방의회가 대표성을 갖지 못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어떠한 폐해가 발생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인한 투표율 저조 현상을 극복할 수 있으려면 선거인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구체적인 쟁점을 개발해야 한다.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도록 주민단체가 유권자의 생활과 직접 관련 있는 쟁점을 개발하여 선거를 정책 대결로 이끌어야 한다.
다섯째, 주민단체는 공천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밀실공천은 패거리 정치를 양산해 내는 것이고 이것은 정당정치로 합리화되기 때문에 구시대의 정치구도를 깨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혁명을 이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