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대성산 전투의 영웅
법성포 나재봉씨
전쟁의 상처가 어렴풋한 나재봉(73·법성 대덕리)씨에게 화랑무공훈장이 전달됐다.
"6.25전쟁, 강원도 대성산전투에서 피아를 구별할 수 없는 칠흙 같은 어두운 밤. 인민군은 징과 꽹과리를 두둘겨대며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이 떼지어 산을 올라 왔었 제"
"'MI 고지를 사수하라'는 소대장 목소리에 죽어라 총 쏴대고…"
"강원도 인제, 원통의 대성산 전투를 생각하면…"하면서 기억을 되짚는 나씨.
"야포와 야광탄은 폭죽처럼 밤하늘을 때렸고, 따발총소리와 징, 괭과리 소리, 포탄의 파편에 맞아 신음하며 죽어 가는 전우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당께"며 당시를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나재봉(73세)씨.
지난 4일 법성포 대덕리 자택에서 영광3대대 김정태 대대장과 김덕수 법성예비군중대장 등 군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가진 화랑무공훈장 전달식에서의 나씨의 말이다.
21살의 젊은 나이로 6.25 전쟁에 참가한 나씨는 4년 6개월의 군복무중 1년 6개월간 실제 전투에 참가하였다.
강원도 인제, 양구 전투에서 낮에는 국군이 고지를 탈취하고 밤에는 북한군과 중공군이 점령하는 뺏고 뺏기는 싸움 속에서 헤아릴 수 없이 젊은 생명들이 숨져갔다는 곳.
그곳을 그는 벌개진 눈시울로 이렇게 말한다.
"낮에는 고지를 탈환하고 밤에는 고지를 방어하는 전투가 한차례 치루고 나면 아침에 헬기가 부상자와 사상자를 실으러 고지를 올라오는데 소대원의 50% ~ 70%가 사상자로 변해있었어"
당시 혼란한 전쟁터에서 수여 받은 훈장의 약장만 보관한 채 50여년의 세월을 지나온 나재봉씨. 그는 그때 하사였다.
국군창설 55주년을 맞아 국방부에서 실시한 ‘훈장 찾아주기 운동’의 일환으로 비로소 화랑무공훈장을 전해 받은 나씨는 “살려달라 소리치는 분대원들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한데, 살아남아 훈장을 받는 게 못내 부끄럽다“ 면서 흐르는 눈물을 감춘다.
화랑무공훈장을 들고 온 김정태 대대장은 "살아있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훈장인 화랑무공훈장을 처음 보게되었고 이렇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영광까지 얻게되어 감격스럽다"고 말하고 "이런 군의 선배님들이 계시기에 오늘의 영광된 우리조국이 있지 않았겠냐"고 말한다.
나씨는 영광 법성포에서 태어나 6.25전쟁에 참가하였고 전쟁이 끝난 1957년부터 지방공무원으로 시작하여 89년 정년 퇴임시까지 33년간 공직생활을 했다. 공직생활중 대통령표창, 내무부 장관 향토봉사대상 수상 등 많은 수상과 표창을 받았고 특히 화랑무공훈장은 6.25전쟁중 수훈을 세운 결과이기도 하다. 또 2002년 김대중대통령과 2003년 노무현대통령으로 터 국가유공자증서를 전달받기도 하였다. 또한 봉사의 모습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오는 등 로타리클럽을 통해 살아있는 참봉사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 73세인 나재봉씨는 현재 법성포에서 ‘대덕조경’을 경영하고 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어느 명언처럼, 인생의 황혼을 조용히 즐기며 저녁놀의 놀빛처럼 우리의 주위를 물들여 주고 있는 나씨.
그의 옆에 50년만에 찾아온 화랑무공훈장이 나란히 놓여 국가에 충성함을 새삼 긍지로 느끼게 해주는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