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론
고봉주/ 영광신문 편집위원

 국회의원 총선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너데니얼 호손이 만년에 쓴 대표작품 중에《큰바위얼굴》이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어니스트가 사는 마을 앞산에 장엄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세상을 굽어보고 있는 사람 얼굴을 닮은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장차 이 고을에 큰바위얼굴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고 구술되어 내려오는 전설(傳說)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큰바위얼굴의 전설을 듣고 자라게 된 주인공은 언젠가는 마을의 전설처럼 큰바위얼굴과 닮은 존경스러운 사람이 나타나 세상을 밝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염원을 갖게 되었으며 그 사람이 나타나기를 오랫동안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주인공 어니스트는 그 사람을 직접 찾아 나서게 된다.


억만장자인‘게더골드’를 찾아가보았으나 허사였으며, 대군을 지휘하는‘블러드엔드 센드’장군, 그리고‘올드 스토니피즈’같은 당대의 유명한 정치가도 만나보았으나 정작 이들 모두는 주인공이 어렸을 때부터 그려왔던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낙담하여 고향으로 돌아 온 주인공이 어느 날 교회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교를 하는데 그의 연설을 듣던 한 시인이 어니스트가 바로‘큰 바위 얼굴’이라며 소리를 친다.


석양을 배경으로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의 얼굴을 바라보던 모든 사람들은 어니스트가 분명 큰 바위 얼굴이라고 믿었지만 어니스트는 자기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용모를 가지고 나타나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불갑산의 심판(審判)바위


불갑산 등산로의 한 갈래인 구수재를 따라 연실봉에 오르다 보면 중간쯤에 심판대(審判臺)라는 바위가 있다.


비탈진 오르막에 버티고 서있는 너른 바위를 기단으로 금방이라도 앞으로 넘어질 듯 큰 바위 덩어리 하나가 위험스럽게 얹혀있는 형상인데 구르는 것을 막으려는 듯 연약한 나무 한 구루가 힘겹게(?) 버티고 서있다.


이를 염려했음인지 짓궂은 등산객들이 썩은 나뭇가지로 기단석과 상석 사이를 받쳐 놓아 한결 안정(?)이 되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죄가 많은 사람들이 그 밑을 지날라치면 간담이 서늘해 질만큼 그 위용만큼은 장엄하다.


붙여진 전설도 제법 그럴싸하다.


근래 등산을 하던 산악인들이 재미삼아 전설을 붙여 놓은 것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전설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썩은 나뭇가지로라도 틈새를 받쳐야 안심하고 그 바위 밑을 지나갈 수 있는 경건한 장소가 되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이 복잡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특히 요즘처럼 유권자의 선택을 통해 지도자가 되려는 큰 꿈을 가진 사람들은 죄가 많은 사람이 지나가면 바위가 굴러 내린다는 심판대 바위의 썩은 버팀목을 빼내고 그 밑에 서서 경건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어 볼 일이다.


큰 바위얼굴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가슴이라도 열어 한번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출사표를 던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태청산의 용상(龍床)바위


또 하나의 전설이 있다.


대마면에 소재하고 있는 태청산(해발596m) 정상에 있는 용상바위가 그 것이다.


산의 정상에서 남쪽으로 10여미터를 비켜나 자리하고 있는 이 바위는 마치 중국 천자가 사용하던 용상만큼이나 거대한 모습이다.


용상의 주인이 아니라는 생각에 간혹 몰래 앉아보기라도 할라치면 자신도 모르게 그 위엄에 빠져들게 된다.


마치 만백성(산하)을 발아래 호령하면서 멀리 무등산을 마주하고 앉아 자웅을 겨루는 형국이다.


이 바위에 기록으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없으니 아마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후일 이 바위의 형상을 보고 용상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임에 분명하지만 누구든지 그 용상바위에 앉아본 사람이면 그 말이 맞다는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좌청룡, 우백호라는 명당의 조건도 갖추었다.


좌측으로 중국 주나라의 천자가 명당을 찾아 이곳까지 와서 묻혔다는 고성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심판바위가 있는 영광군의 명산 불갑산이 좌우로 버티고 서서 충신의 도를 다하고 있다.


이 용상바위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를 일이다.


혹, 우리 유권자들은 어니스트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큰바위얼굴처럼 그 긴 세월동안 이 용상의 주인을 기다려 오고 있지는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4.9 총선과 용상


‘함평천지’로 시작되는 호남의 명가(名歌) 호남가(湖南哥)에서는 우리 고장 영광을 일러 ‘서기어린 영광 땅’이라고 노래했다.


즉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서린 신령스런 땅이라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영광(靈光)이라는 지명역시 신령스러운 빛의 고장이라는 뜻이고 보면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우리고장 영광을 신령스러운 고장으로 신봉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모든 사람들이 신령한 땅으로 여기고 있는 영광에서 큰바위 얼굴을 닮은 정치인, 그리고 신령한 빛의 정기를 이어받은 훌륭한 인물을 기다리는 일이 결코 요원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특히 중앙의 정치무대뿐만 아니라 지역정서상 장차 호남정치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는 우리지역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우리 군민들이 거는 기대는 상상이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제18대 국회의원 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큰바위얼굴처럼 훌륭한 용모로 심판대를 당당히 거쳐 태청산 용상의 주인이 될 인재를 선택하여 중앙무대로 내보내야 하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지역 유권자의 단합된 혜안이 절실히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