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해안과 칠산갯벌(백수갯벌)
갯벌이 만들어지는 환경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모래와 뻘과 같은 개흙이 있어야 한다. 갯벌이 생기려면 지형이 평평하고 수심이 얕아야 하며, 조석에 따라 생기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커야한다. 갯벌에는 갯벌을 구성하는 흙의 종류와 비율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모래갯벌, 뻘갯벌, 암석갯벌, 모래와 뻘이 섞인 혼합갯벌 등 갯벌이 형성되는 자연지형과 물리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한 지역이라도 여러 가지 갯벌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생명과 조화의 땅, 갯벌의 차이
①갯벌은 어민들에게 있어 경제, 곧 돈을 의미하는 삶의 터전이며 우리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의 2/3이상이 갯벌에서 나온다.
②갯벌은 물고기나 게, 조개들의 삶의 장소(서식지)이자 일부 생물에게는 어린시절 고향이 되기도 한다. 또한 철새들이 휴식과 번식을 위하여 머무는 곳이다.
③갯벌은 자연의 콩팥이라고도 한다. 우리의 몸에서 생기는 각종 노폐물을 콩팥에서 걸러주듯 갯벌은 육지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정화기능을 가지고 있다.
④자연재해와 기후조절의 기능갯벌은 육지와 바다 사이에 놓여 있어 두 환경사이에 완충작용을 한다. 갯벌은 홍수에 따른 물의 흐름을 느리게 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여 물을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흘러 보낸다. 또한 태풍이나 해일이 발생하면 이를 일차적으로 흡수하고 완화하여 육지지역에 대한 피해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⑤갯벌은 낚시, 해수욕, 휴식, 관광 등을 제공하는 종합문화공간이며 또한 자연교육의 장이므로 많은 학생들에게 해양생태계 관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와탄천 하류에서 법성포를 바라보며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백수해안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나게 된다. 붉게 물든 갯벌에 마음을 맑게 해주는 도요소리가 울리고, 멀리 괭이갈매기 날며 뱃고동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 그리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햇빛... 운좋게 숨넘어가는 해를 보노라면 갯벌과 바다가 펼치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백수해안에 기수역과 사구가 발달하여 더욱더 풍성한 생명의 잔치를 펼칠 수 있다. 백수해안의 경관을 보존하여 아이들에게는 미래의 자연유산으로, 어른들에게는 고향의 상징으로 가꾸고 보존하여야 할 것이다.
칠산갯벌(백수갯벌)은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고 있는 지형 특성에 따라 뻘과 모래가 섞여 있는 혼합갯벌로 해안지역에 골고루 발달되어 있다. 또한 경사가 완만하며 벌판의 폭도 넓다.
모래갯벌은 아주 고운 진흙질의 개흙과 모래가 섞여 있어 조개류와 게, 낙지 등 다양한 갯벌 생물이 서식할 수 있다. 특히 "육"이라 칭하는 대합은 이 지역의 대표적 조개로 영광 특산물로 명성이 높다. 영광의 갯벌은 서해 바닷물이 칠산도에서 숨을 고르는 동안 비록 그 크기와 길이는 웅장하지 않지만 영광 전 지역을 굽이쳐 도는 와탄천과 불갑천이 내주는 풍부한 영양염류와 유기물을 공급받는다. 그래서 영광 앞바다의 칠산어장은 서해 황금어장으로 대표되고 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영광의 갯벌은 백수갯벌이라 부르거나 더 큰 의미로 '칠산갯벌'이라 부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갯벌에도 풀이 있어요
칠산갯벌(백수갯벌)의 염습지와 사구에 사는 염생식물 소금기가 있는 땅에서 사는 식물을 염생식물(Halophyte)이라고 한다. 이런 땅에서 살려면 뿌리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가져야 한다. 첫째, 높은 염분 농도에 의한 삼투압을 극복하면서 물을 흡수해야 하고, 둘째, 높은 농도의 나트륨, 염산, 마그네슘, 황산 등의 독성을 극복해야 한다. 셋째, 개흙알갱이가 작아 식물의 뿌리가 필요로 하는 공기의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고 자라나는 염생식물은 갯벌의 다양한 미네랄을 잎에 저장하였다가 새들의 먹이가 되고 사람들에게는 음식이나 약초로 이용되며 갯벌의 대형 무척추동물들에게는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영광 칠산갯벌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염생식물(사구식물, 기수성 수생식물 포함)은 다음과 같다.
갈대(Phragmites communis)
갯그령(Elymus mollis)
갯잔디(Zoysia sinica)
천일사초(Carex scabrifolia)
갯메꽃(Calystegia soldanella)
모래지치(Messerschmidia sibirica)
순비기니무(Vitex rotundifolia)
갯질경(Limonium teragonum)
나문재(Sueda asparagoides)
칠면초(Sueda japonica)
해당화(Rosa rugosa)
갯개미취(Aster tripolium)
갈대이야기
키 큰 갈대는 와탄천이 끝나는 백수 갑문지역에 넓게 퍼져 있다. 갈대는 뻘이나 유기물이 풍부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지역(강하구의 반짠물지역)에 자라기 때문에 영양이 심하게 부족한 곳에는 잘 자라지 않는다. 그리고 강물의 흐름이 빨라서 토양이 불안정한 장소나 물높이가 급격하게 변하는 장소에서는 갈대군락을 볼 수가 없다.
갈대는 쓰임새가 많다. 옛날 관청에서는 호수를 관리하는 벼슬아치에게 갈대를 납품하도록 하여 1년 동안 쓸 갈대를 가을에 미리 비축해 두었다. 갈대는 인삼밭을 덮어주는 삼포발, 국수사리를 얹어 놓는 국수발, 김을 뜨는 김발, 갈대줄기를 엮어서 만든 돗자리, 통발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고, 닭을 치는 우리 등으로 사용하였다. 피리를 만드는 재료로, 대금이나 퉁소의 소리를 한층 더 떨리게 하거나 더욱더 맑게 만드는 '청'의 재료로 갈대 줄기속의 얇은 막을 쓰고 있다. 여름에 부드러운 싹을 목초로 사용하기도 한다. "갈대 막고 살 안찌는 소 없다."고 할 정도로 가축이 좋아하고 영양가도 높다. 순은 나물로 먹는데 죽순보다 부드럽고 맛도 좋아 중국요리의 재료로 쓰인다. 갈대의 뿌리는 생으로 씹으면 맛이 달콤하다. 봄철에 뿌리를 캐면 잘 갈아서 얻은 흰가루로 국수나 떡 같은 갖가지 요리를 한다. 또한 한방에서는 이뇨, 해열, 당뇨병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대는 수생태계를 이루는 모태라 할 수 있다. 강하구에 잘 자라며, 새우, 게, 미꾸라지, 뱀장어 등의 보금자리가 되고, 개개비, 붉은머리오목눈이와 같은 작은 새들의 은신처와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특히 갈대는 질소와 인 등 물속에 녹아 있는 유기물을 먹고 자라 수질오염방지, 정화에 큰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