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월드컵 개막식 행사에서 필자를 비롯한 KT아이컴 임직원들은 'IMT 퍼포먼스'를 성공적으로 시연해 월드컵에서 '12번째 대표선수'라는 자부심과 긍지로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개막식 공개행사에서 월드컵경기장 옥상에서 연기자들이 조그만 단말기를 들고 내려와 경기장과 관중들의 모습을 전광판에 생생하게 비추었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 밖에서는 우리나라의 IT기술력을 선보이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되었으며, 영국의 BBC를 비롯한 전세계 유력 언론들은 한국의 앞선 정보통신 기술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한국이 '월드컵에서는 4강, IT월드컵에서는 우승'했다며 극찬했다.
이는 지난 2년여간 정부와 업계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로 이루어낸 값진 성과였다.
2002년을 IT산업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는 시기로 부를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지난 16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21세기의 첫 지도자를 뽑는 선거답게 선거운동에서 개표과정까지 모두가 발달된 첨단기술에 의해 이루어졌다. 먼저 이른바 '인터넷 정치'의 등장을 들을 수 있다. '민의(民意)'가 후보들의 연설회장이 아닌 가상공간에서 그 위력을 유감 없이 드러낸 것이다.
불과 수년 전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혜택에 심취한 젊은이들을 기성세대들은 비판적인 의미로 '네티즌'이라 불렀었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욕설이나 비방을 올리는 수준이었던 '철없는 젊은이'들이 오늘날 하나의 정치집단으로 제 목소리를 내며 그 나름의 정치운동을 하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뿐이랴. 선거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던 '밤샘 수작업 개표'가 전자개표기로 대체되어 개표원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은 물론 3시간만에 개표결과를 각 방송사에 실시간으로 알려줘 개표상황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어느 사이엔가 IT(정보통신) 기술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려 이제는 IT를 모르는 조직이나 개인을 상상할 수가 없다. 바야흐로 'IT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금년 6월이면 우리나라에서 또 한번의 IT신화를 만들어 낼 이벤트가 시작된다. 바로 '꿈의 이동통신'이라 불리는 IMT-2000서비스가 시작되는 것이다. 손안의 작은 단말기가 화상전화는 물론 은행업무, 상거래까지도 가능케 하여 가입자들에게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를 펼쳐 보일 것이다.
이러한 'IT혁명'이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요즘 "이동전화 한 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하며 비관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직접 목격하지 않았던가. 그 누가 우리나라가 축구강호들을 제치고 월드컵 4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던가?
우리 모두가 도도한 'IT혁명'의 흐름을 방관할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전국 어디서나 초고속 인테넷을 이동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것은 그 동안 정부와 업계 모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이러한 첨단 인프라를 마치 농경사회의 농기구나 산업사회의 제조기계처럼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텃밭에 빈자리만 있으면 콩이라도 심어 거두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소중한 자원인 IT인프라가 한때의 유행이나 오락의 수단이 되어 낭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IT강국 원년'에 이어 새해에는 보다 IT인프라를 부가가치를 위한 소중한 자원으로 만들 수 있는 한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