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영광방송 제작국장
미국의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Harris)가 이르기를 한 지역의 문화적 전통에 변화를 주는 가장 큰힘은 고단백질을 섭취하는 생물학적 강제라고 주장하면서 줄곧 동물성 단백질이 사회문화를 움직이는 동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말이다. 우리 역시 어려서부터 고기의 중요성과 풍요의 상징으로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를 꼽아온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는 동물성의 과도 섭취로 어린이의 40%가 비만에 시달리고 있고 성인은 목숨에 위협까지 느끼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한마디로 마빈 해리스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의 우수한 식문화를 포기하고 고기와 햄버거 따위에 매달리는 서양의 후진성 음식문화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아니러니 하다.
- 장문화의 위대성
나는 여기서 식물성 단백질 문화에 대해서 고찰해 보고 싶다. 다시 말해 우리 민족의 된장. 간장. 고추장 문화이다.
콩 단백질의 위대함을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의 대두론(大豆論)에서 이렇게 설명한바 있다.
“콩은 오곡의 하나인데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곡식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콩의 힘이 가장 크다. 후세 백성들은 잘사는 이는 적고 가난한 자가 많으므로 좋은 곡식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은 다 귀한 신분의 사람에게 돌아가 버리고, 가난한 백성이 얻어먹고 목숨을 잇는 것은 오직 이 콩 뿐이었다. 값을 따지면 콩이 쌀 때는 벼와 서로 맞먹는다. 그런데 벼 한말을 찧으면 네 되의 쌀이 나오니, 이는 한말 콩으로 네 되의 쌀과 바꾸는 셈이다. 벼 여섯 되를 더 얻는 것이니 콩이 훨씬 더 이익이다. 또한 맷돌로 갈아서 두부를 만들면 얼마든지 찌꺼기가 나오는데 이것을 끓여서 국을 만들면 먹음직하다. 나는 시골에 살면서 이런 일들을 알기 때문에 대강 적어서 백성을 기르고 다스리는 자에게 보이고 깨닫도록 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콩의 힘이 가장 크다고 진술 하였다. 콩(菽)의 원산지는 본디 만주이고 만주는 부여이다. 우리 민족과 인연을 다해 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우리의 장 문화는 시작 되었으리라.
-가장 선진적 식문화는 발효 음식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 왔던 서양인들이 메주와 거기에 엉켜 있는 곰팡이를 보고 그것을 먹는 우리 민족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곰팡이와 같이 숙성시켜 먹는 된장과 간장을 그들은 불결 자체로 비판했고 비위생적이라고 비판의 글까지 써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음식문화의 후진국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음식 학자들은 최고의 음식으로 발효 음식을 꼽는데 주저치 않으며 가장 선진적인 식문화로 인식하고 있다.
원래 장이란 말이 중국 주례(周禮)의 “장(醬) 12동”이란 표현에 처음 등장하는데 중국의 장은 콩이 아닌 고기로 만들었다. 장은 종류가 많은데 시장(시장: 메주로 만든 장)이 그 첫 째라고 다산 정약용이 아언각비에 논술한 바를 봐도 그 중에서 메주로 만든 장이 최고였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알고 넘어 갈 것은 우리는 콩으로 쑨 된장 정도나 장으로 알고 젓갈은 장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데 좀더 넓은 의미의 장 문화에는 젓갈까지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물론 된장이 우리나라 장 문화의 으뜸임을 부인치는 않지만 숭어, 도미, 홍합 같은 생선으로 만든 어육장 또한 널리 존재했음을 알아야 한다.
해는 소금으로 절인 생선으로 만든 음식을 말하고 혜(醯)는 시큼한 초를 말한다. 식혜(食醯)란 밥을 섞어서 만든 것을 말하고 민족 음료이다. 흔히 식해와 식혜를 혼동하기도 하지만 식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 우리 전통의 장
본래 우리의 장은 시라고 불리는 콩장이요 중국의 장은 해란 이름의 육장이다. 진대의 박물지에서 외국에 시가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중국에는 진. 한대 이후에야 외국에서 콩장이 들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곳 우리의 콩을 주원료로 하는 장 문화가 독창적이었음을 뒷받침 해주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쓰이는 장에는 된장. 간장. 고추장. 김장 정도가 대표적인데 김장은 김장 김치의 장르로 따로 떨어져 나가고 나머지 세 가지가 장 문화의 대표이다. 그중 가장 낮은 연배는 역시 고추장이다.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수입 되고부터 지금 쓰이는 고추장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니 이는 당연하다.
한편, 우리의 장은 바다를 건너가 일본의 장인 미소가 되는데 일본에서는 콩과 쌀누룩으로 빚는다. 이는 우리 고대에 콩과 밀을 섞어서 메주를 쑤었음에서 기인했으리라 본다. 또한 메주는 나라마다 이름이 다르다. 우리는 메주나 미주요, 만주에서는 미순, 일본에서는 미소라고 부른다. 음식 학자 이우성씨는 단호하게 이는 같은 계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곰팡이 문화권”이라는 재미있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친구와 장과 술은 오래 묶을수록 좋다. 장맛은 그 집안의 살림 솜씨의 대변이요, 장 속에서 인심 나고 장독에서 맛 난다 하고 심지어 장 맛 보고 딸 준다고 했다. 음식 문화의 최고임을 공인하는 발효 음식에서 우리의 전통을 찾고 자존심을 찾아, 햄버거 문화에 절어 있는 현 세대에게 긍지를 심어 주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