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드디어 호주제 폐지에 대한 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 내용은 ①현행 호주제를 중심으로 한 가족단위의 호적을 없애고 대신 국민 개개인의 신분을 등록하는 개인 신분등록제를 도입하고 ②부부(夫婦)가 합의하여 자녀의 성(姓)을 부성(父姓)이 아닌 모성(母姓)으로 따를 수 있게 하며 ③이혼 또는 재혼 가정의 자녀들을 친아버지의 성이 아닌 새아버지(의붓아버지)의 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 개정안의 골자이다.

이 개정안이 이번 정기 국회에서 통과가 되면 2006년부터 시행이 된다고 예고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현정부는 대선 공약임을 내세워 청와대에 여성특별위원회를 정부산하에 호주제 폐지 기획단을 설치하여 여성부와 더불어 반대측 주장은 고려하지 않고 각종 매스컴을 이용하여 일방적인 홍보를 계속해왔다. 특히 KBS 노란 손수건의 일방적 찬성의 지지 도출과 유림들의 여의도 광장의 수차례에 걸친 수만명의 분노의 반대집회의 모습은 TV나 일간지의 보도기피로 국민의 알권리가 차단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호주제 폐지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국회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방을 순회하면서 선전하고 다니는 여성부장관의 모습을 결코 좋은 눈으로 볼 수만은 없다. 우리는 역사적 시련 속에서도 한국의 고유한 가족제도인 가족공동체의 원칙과 가족계승제의 원칙 및 타성혼인의 원칙을 우리 민족의 민법 속에 가족법의 골간(骨幹)으로 수용하고 보존되어 왔던 것이다. 가족공동체를 형성하는 가정 즉 가(家)의 의미와 이를 묶어 형성해 놓은 호적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보기로 한다.

가정이란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최초를 갖게되는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속에서 비로소 한인간은 일생을 통하여 영양을 줄 언어, 습관, 태도, 가치관 등을 형성 할 뿐 아니라 가족과 더불어 애정을 갖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人性)과 윤리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 1차적 집단인 가족공동체라는 이 가정은 인간의 사회화 과정에서 참으로 중대한 의의를 갖는 것이다. 이 가정 공동체가 사회공동체와 국가공동체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호적이란 무엇인가 호적은 가족공동체의 가족간의 신분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민법상의 부속법으로 호주를 기준으로 하여 가별편제를 원칙으로 하고 상호간의 연결기능 즉 부부(夫婦), 친자(親子), 형제(兄弟)의 가족관계와 광범위한 친족관계를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아주 편리한 국민의 신분증명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가족공동체와 호적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으며 인간 최초의 공동체인 가족 공동체속에서 조상숭배사상과 백행지 근원인 효의 사상이 발로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으로 보아 호주제 폐지는 곧 가족공동체가 무너진다는 것이 너무도 명확한 사실인데 이제 핵가족시대라하여 우리의 전통과 문화 역사가 담긴 유산을 없애버리고 개인 신분등록제로 하려는 처사는 양식 있는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것이다.

다음은 호주제 폐지론자들의 많은 주장 중에 우선 몇 가지를 골라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본다.

1) 남녀가 혼인을 하면 여자가 부(夫)가에 입적하는 것은 여자의 종속을 의미한다.

2) 분가나 일가창립을 할 때 부(夫)가 호주가 되고 처(妻)가 다음 순위로 등재되는 것은 남녀 평등의 저해요인이다

3)부부사이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은 양성평등의 위헌의 소지가 있다.

4)호주제는 남아선호를 부추긴다.

5)호주제는 미풍양속이 아니다.

6)호주제는 호주의 동의나 지시를 받기 때문에 비민주적이다

7)선진국의 예를 따라야 한다는 등 수십 종의 현실성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주장에 대한 검토를 한다면

처가 혼인을 하면 남편의 가에 입적하여 남편가의 가족이 되는 것은 현재 상회상규에 따른 것이며 이 제도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모계중심사회에서 부계중심사회로 이룩된 세계적인 사실이며 또한 자녀가 아버지의 혈통을 따르는 것은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는 우리 나라의 미풍양속이며 국민의식상 당연하게 인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처가 남편의 가에 자녀가 아버지의 가에 입적함은 당연한 권리로서 평등한 협동적 생활공동체인 가에 소속되는 사실을 마치 남편과 아버지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는 해석은 피해 망상적 해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현행법상의 호주의 권리와 의무는 1989년 민법 개정으로 크게 약화되어 공부상 가(家)편성의 기준에 불과한 상징적 존재로 전락하여 존재의미 마저 의심받을 정도이다. 또한 호주제는 고려 조선조부터 내려오는 우리 미풍양속의 전통이므로 이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민법제정당시 대세를 이루었던 근거가 있다.

결코 일제의 잔재라고 매도하는 층은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해야할 것이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의 예를 말하는 것으로 무조건 따를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의 개인신분등록제는 200여년 역사와 더불어 시행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편리한 방법일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현행방법이 아니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광활한 국토에 많은 자원을 개발하려면 토착인구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인종(人種)이 유입되는 나라이다. 지금이라도 절차에 의한 사람이나 범죄자나 누구든지 입국해서 어린애를 낳아서 출생증명만 있으면 미국시민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무슨 호주며 가족이며 호적이 필요하겠는가 출생증명이 바로 개인 신상 카드화되는 것이다. 선진국이니까 호적도 선진국인줄로 착각하여서는 안된다. 아무튼 민주화 과정에서 핵가족시대에서 신분등록이나 가족관계에 있어 현호주제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민법을 개정할 수 있는 아량과 국민적 공감을 하시라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모조리 불태우는 경우는 삼가야 할 것이다. 영국의 역사학자이며 문명평론가인 저 유명한 토인비는 옥스퍼드대학에서 한평생 고대사를 연구하고 1950-1960년 10년간에 걸쳐 세계를 두루 여행하면서 종교, 문명, 고전, 역사에 관한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 중에 그의 한 구절이 "지구가 무너져 저승에 간다면 한국에 가족제도를 가지고 가고 싶다"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의 일부가 이 귀중한 가족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우리 전통 우리 문화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한다. 역사와 문화 전통 예절은 보존 관리하고 지키기가 어렵고 힘이 든다. 그래서 논어에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말이 있다. 자기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호주제 폐지에 좀더 신중을 기했어야할 것이다. 열번 재어보고 한번 짜르라는 옛날 어머니들의 바느질감을 마를 때에 쓰던 격언을 인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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