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일근/ 언론인
초등학교 운동회는 물론이고 축구 시합이나 콩쿨대회가 열리는 날은 주민들에게 축제였다. 영광고등학교에서 축구 시합이 있는 날이면 학교 주변이 잔치판이었다. 그랬는데 우리 고향 영광에서 전남 도민체전이 열린단다. 축구시합 정도가 아니라 도민체전을 개최할 정도로 발전했다니 정말 기쁜 소식이다. 초등학교 운동회도 ‘축제’ 였으니 도민체전은 정말 ‘무지하게 큰’ 축제다. 모든 군민이 나서 도내 각 시군에서 오신 손님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경기를 즐기는 한바탕 축제가 내 고향에서 치러진다니 자랑스럽다. 하지만 “잘 치러야 할텐데”하는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번 48회 도민체전은 영광군 역사상 가장 큰 행사다. 그런만큼 준비도 철저 했으리라 믿는다. K-리그 광주상무와 포항의 경기가 있을때 찾았던 ‘스포티움’은 훌륭했다. ‘스포티움’만 보아도 도민체전을 치르는 경기장 시설은 갖춰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걱정꺼리는 많다. 숙박시설과 주차 문제의 해결책은 있는지등등.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민들이 체전 자체를 ‘축제’로 즐길 준비가 돼있는가다.
잔치는 스스로 즐기면서 손님들도 즐겁게 해줘야 한다. 스스로 즐겁지 않으면 손님들을 기꺼이 맞을 수 없다. 짜여진 대로의 의례적인 접대는 손님들을 즐겁게 하지 못한다. 우리가 즐거울 때 손님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경기장 시설은 조금 미흡하더라도 즐거운 잔치 분위기를 만든 데에는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만의 도민체전이 아닌, 군민들이 나서서 치르는 ‘축제’여야 한다.
올해를 ‘영광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방문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 향토문화재와 경관이 좋은 곳, 음식이 맛있는 집을 소개하는 관광 안내 책자도 품위 있게 만들었을 것이다. 방문객들이 요구하면 영광의 맛과 멋을 잘 설명하고 안내할 사람들도 충분히 양성하고 확보했으리라 믿는다.
때맞춰 치르는 도민체전은 ‘영광 방문의 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좋은 기회다. 체전에 참가하는 선수단은 특별히 유치 활동을 않더라도 영광을 찾는 손님들이다. ‘영광은 깨끗하고 경치도 좋으며 음식은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곳’이란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친절은 필수다. 그러면 선수단 모두가 ‘영광 방문의 해’ 홍보대사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도민체전 자체도 ‘성공체전’ 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관광객을 유치하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영광은 해안선의 경관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다해도 과장이 아니다. 음식은 나라 안에서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광 출신임을 아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국 최고’라는 칭찬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조금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
이웃 함평은 나비축제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심지어 영광에 더많이 있는 상사화까지 함평 관광객 유치 자원으로 써먹고 있다. 장성은 실존인물 여부도 확실치 않은 홍길동을 이용해 관광객 유치는 물론 문화상품으로 개발해 수출까지 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실존 인물인 강항 선생의 유적지 영광은 찾지 않고 실존여부가 불확실한 왕인 박사를 찾아 영암으로 몰린다.
아름다운 해변의 펜션에서 맛있는 음식과 관광도 즐기고 종교 유적지와 원자력 발전소, 강항 선생 유적지를 둘러보며 자녀들 교육도 시킬 수 있는 영광보다 관광산업 여건이 좋은 곳은 없다. ‘영광 방문의 해’와 도민체전을 계기로 관광산업이 발전해 영광사람 모두 부자되길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