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은 ‘서민 대통령’을 자임했다. 그리고 스스로 ‘권위’를 벗어 던졌다. 능력보다 도덕성을 강조하고 정치적 지역구도를 깨기위해 바보같은 짓을 서슴지 않았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어렵게 살아왔고 인권 변호사로 가난하고 힘없는 대중들을 위해 헌신했다. 자주국가로 서길 원했고 남북통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그가 주장하고 나아가고자 한 방향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그것과 일치했다. 서민적 풍모에 ‘교과서’ 같은 그의 정치적 소신은 국민으로부터 환영받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으로서 그의 업적이 크던 작던, 정권으로서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의 죽음을 많은 국민이 안타까워 하는 것은 그가 대한민국 정치가 아아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임기중정치․ 경제․ 외교적 여건이 그의 소신을 실현하는 데는 미흡했다. 기득권과 권위를 앞세우는 계층과의 갈등도 불가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떠났다. 그러나 그는 우리에게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권위주의적인 기득권을 개혁할 것, 남북통일을 이루고 자주국가로 우뚝서야 한다는 것을 큰 목소리로 각인 시켰다. 많은 국민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조문 행열이 그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그는 그가 그렇게 강조했던 도덕성을 그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검찰 수사에 따른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스스로를 버렸지만 국민들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이제 노 전 대통령은 국민의 애도속에 하늘로 갔다. 뒤에 남은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만 흘려 보내서는 안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보여준 국민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행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같은 불행한 일로 국민들을 눈물 흘리게 해서는 안된다.
먼저 정부와 여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대해 ‘잃어버린 10년’ 이라거나 ‘실패한 정권’ 이라고 폄훼 해온 것이 잘못 됐음을 알아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조문 행열이 밤낮 6일간 전국의 분향소에 줄을 이었다는 사실이 정부․ 여당의 잘못된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이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는 애써 외면하더니 ‘상주’ 라며 나섰다.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지지 않는다. 정파적 이익 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주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