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론>
고봉주/ 새마을운동 영광군지회 사무국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影幀] 앞에 삼가 조의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통령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가 지기들과 어울려 평범한 서민으로 살아가기를 원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꿈은 그러나 한 때 자신이 권위주의의 상징이라며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던 검찰권력의 집요한 칼날에 휘둘려 그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무참히 꺾이고 말았다.
대통령 출신 이장님으로 마을사람들과 냇가의 쓰레기를 줍고 멍석없이 땅바닥에 떨썩 주저앉아 말걸리 잔을 기울이며 농촌환경문제를 설파하고 콤바인을 몰던 대통령, 멀리 사저까지 찾아 온 내방객들에게 그 특유의 어투로 웃음을 선사하며 서민들 곁으로 다가가기를 원했던 서민 노무현은 그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있어 언제나 찾아가 투정을 해도 받아 줄 것 같은 인심 좋은 아저씨이자 격의 없는 벗이었으며 형님이자 아우님이었다.
퇴임 후에도 그 잘난 권위를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서민들과 거리를 두어야 했던 대통령들과는 달리 빈농의 아들이었던 노무현은 고향으로 돌아가 남은 여생을 고향을 지키며 살고자 했다.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었던 답답했던 심경을 토로하며 서민들의 가슴 절절한 사연들을 들어주고자 했던 후덕한 대통령이었기에 퇴임 후에도 그를 기억하며 가까이 보고 싶어 했던 내방객들이 그의 사저에는 항상 넘쳐났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권력을 쥔 자들에게는 무서운 비수처럼 비춰졌을까?
권위의 상징이라며 대통령 시절 개혁하고자 했던 검찰의 권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자신을 길러주었다는 뒷산 부엉바위에 꿈을 묻어버린 비운의 대통령 노무현, 누가, 왜 노무현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도덕성을 생명처럼 여겼던 대통령이었기에 검찰이 치명타를 입히기 위해 뇌물로 몰아가고자 언론에 흘렸던 600만불과 1억원짜리 명품시계는 그를 더 이상 버틸 수 없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퇴임 후를 기다렸다는 듯이 “막가자.”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그 검찰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그는 더 이상 삶의 희망과 존재가치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상고 졸업이 전 학력이었던 노무현, 정치에 입문해서도 3당합당이 야합이라며 정치적인 줄서기를 거부한 체 지역감정을 타파하겠다며 연거푸 낙선의 고배를 마시면서도 부산시장에 출마했던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바보 노무현이었다.
그가 염원했던 서민정치의 꿈을 펴보기도 전에 인간 노무현은 정말 바보처럼 그렇게 우리의 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오직 국민에게만 자신을 낮췄던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인기가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바닥을 모르는 여론을 반전시켜 보려는 시도였을까
고인에 대한 극우 보수세력들의 폄훼가 도를 넘고 있다.
지만원이라는 사람은 "노무현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 패가망신의 도피처로 자살을 택한 것"이라며 "파렴치한 죄를 짓고 그 돌파구로 자살을 택한 사람이 왜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민심이 두려웠음일까?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마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빌미로 소요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는 망발을 했다.
무엇이 무서워 서울광장에 시민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전경버스로 진을 쳐야 했으며 정부 공식 분향소마저 서울역사박물관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곳에 차려야 했는가?
아직도 그들은 몇 킬로미터씩 줄을 서서 분향을 기다리며 오열을 하는 민심을 외면하고 싶은 것일까?
안 대표의 우려처럼 이런 민심이 폭발을 했을 때 노무현 흠집내기를 통해 장기집권을 유도했던 한나라당은 결국 단명정권으로 남게 될 것이며 오히려 자신들에게 덧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승부수
바보 노무현은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향해 온 몸을 던졌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 더 이상 자신이 바랐던 서민들의 세상을 부정하려는 권력을 향해 온 몸을 던져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의 서거에 따른 불씨는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국민장 동안 잠잠해 있던 민심의 향배가 장례가 끝 난 후 겉잡을 수없는 극한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끝 낸 후 남한을 향해 백기를 요구하고 있는 이 때 이 정권이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국민 달래기를 실기한다면 이는 우리 민족사에 있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회한과 고통이 될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했던 대통령, 언제라도 찾아가면 두 손을 덥석 잡아줄 것처럼 포근하게만 느껴졌던 이웃집 형님 같은 대통령을 이제는 영상에서 밖에 접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으로 오늘도 그의 빈소를 찾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