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정권의 평화적 교체 경험이 있는 오늘까지 제버릇 개 못주고 ‘폐쇄적’인 전통과 ‘독주와 발목잡기’ 라는 특징을 고수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흑인인 루이스 게이츠 교수를 체포한 경찰을 “어리석게 행동 했다”고 비난 했다. 당사자인 제임스 크롤리 경사는 “대통령이 동네일 까지 간섭한다”고 맞받아쳤고 경찰 공제회는 “경찰을 무시했다”며 대통령을 비난했다. 대통령 오바마는 즉각 크롤리 경사에게  전화를 걸어 말실수를 사과 했다. 대통령과 통화한 경찰은 맥주 파티를 제안, 백악관에서 맥주 파티를 하기로 대통령과 ‘합의’ 했다. 게이츠 교수도 동참키로 했다.


 


국내에서는 미디어 법이 국회를 통과하느라 몸살을 앓았다. 해를 넘기면서 타협을 하고서도 ‘합의’에 실패,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함으로써 당분간 정치 실종의 계절을 보내게 됐다. 미국과 한국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이 두가지 사안에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첫째는 민감한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미국 대통령은 즉각 반응을 보이는 데 반해 한국의 대통령은 어지간 해서는 ‘젊잖게’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취임후 ‘강부자’ ‘고소영’ 등 비난 여론이 들끓는 인사에 대해서 쓰다거나 달다거나 아무 말도 않은채 시간으로 해결해버린 것이 좋은 예다. 오바마는 인종 문제가 미국 사회의 민감한 사안임을 잘 알고 흑인 교수의 체포가 부적절 했다는 말로 흑인 사회의 동요를 막고자 했을 것이다. 경찰을 무시했다는 반발이 일자 즉각 계급으로 따지면 ‘새카만’ 경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말실수를 인정하고 맥주 파티를 하기로 약속까지 했다. 결국 흑인 사회의 동요도 막고 경찰의 사기도 진작 시키는 효과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미국 대통령은 솔직하며 용기가 있다는 인상을 주는 데 반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야당으로부터 ‘MB 악법’ 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그 법이 국회에서 난리법석을 떨어도 “나는 모르고 한나라당이 하는 일일 뿐” 이라는 듯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도 말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솔하게 설명하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찬성 여론이 조성돼 합의를 끌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과도 용기가 있어야 한다.


 


셋째는 타협에 능숙하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가장 바쁜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의 대통령은 ‘새카만’ 경사와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협상을 시도, 맥주 파티라는 합의를 끌어 내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의원들 세비를 올리는 것과 같은 사안을 제외하고는 제때 제대로 협상에 성공하는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이니 어찌 그 차이가 실감나지 않겠는가.


 


이 모든 차이점은 소통이 잘 되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의 차이다.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하면 소통이 안 될 이유가 없다. 한국의 경찰이 대통령의 발언에 불만을 표시하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대통령이 경사에게 전화를 걸어 화해와 이해를 구한 적이 있는가. 만약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경사가 청와대에서 맥주 파티를 하자고 했다가는 목이 열 개라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정치력은 협상을 얼마나 잘 하는가로 평가 할 수 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기 주장만 해대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래 우리 정치의 전통과 특징은 변하지 않고 있다. 여당은 밀어붙이고 야당은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독재정권 시대는 그랬다해도 정권의 평화적 교체를 이룬 경험이 있는 오늘까지 ‘제버릇 개 못주고’ 서로 으르렁 대기만 하는 ‘폐쇄적’인 전통과 ‘독주와 발목잡기’라는 특징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해고 사태가 계속되는 데도 미디어 법에만 매달리다 정치실종 사태를 빚는가. 말로만 ‘민생’을 떠들지 말라. 여당이나 야당이나 ‘민생’을 위해 미디어 법은 양보하는 정치를 왜 못하는가. 국민은 시원하게 열린 정치를 갈망한다. ‘소통’ ‘용기’ ‘현명’ 세 단어를 정치인 들에게 선사한다. 청와대에서 쌍용차 노사간 막걸리 파티를 벌여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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