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의 글

정형택 /전 전남문인협회장

  지리한 장마가 물러서더니 이제는 한증막으로 몰고가는 날씨가 예사스럽지가 않다. 여름은 역시 더워야 제 맛이 나겠지만 엊그제까지 장마속에서만 살아온 까닭인지 날씨에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모두가 난리속이다. 이런때에는 바다라도 한번쯤 떠올려 볼 일이 아닐까하며 필자의 졸작 <여름바다>를 먼저 서두에 펼쳐본다.


 


입 꼭 다물고


몸짓으로만


넘실넘실


아이들 불러냅니다.




팔 벌려


널따란 가슴


통째로 드러내고


첨벙, 뛰어들게


아이들 마음 건드리면




훌훌


부끄럽지도 않은가


홀랑, 옷을 벗는 아이들




 사람들은 제각기 저마다 더위를 이겨내느라 법석을 떨지만 야외로 나가 위 시에서처럼 ‘첨벙’하고 물 속으로 뛰어드는 만큼 더 좋은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덥다고 무작정 뛰어드는 상황에서 일은 저질러지고 마는 것이다.


 


 엊그제 지난 휴일에도 벌써 도내에서만도 익사자가 3명이나 생겼다고 방송되었다.  언론에 보도된 숫자가 이럴진대 알게 모르게 예서 제서 물놀이로 죽어간 생명들은 더 많을 것이 아닌가.


 


 좀 더 시원함을 느끼려다가 귀중한 생명을 잃으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딸들이 죽는가하면 귀한 손자와 손녀가 할머니와 같이 가서 죽는 경우도 있어 주위 사람들을 정말 서글프게 한다.


 조금만 조심하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갖는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도 우리는 우선 눈앞의 시원함만 생각하다가 어이없는 일을 저지르거나 그것을 너무 막무가내로 구해보려다가 연쇄적인 익사사고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더위를 이겨서 시원함을 불러오는 것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놀이로 인해서 가정의 불행과 살아 남은 부모님의 가슴에 무덤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다.


 


 매년마다 여름이면 같이 간 일행의 익수자 한명의 생명을 구하려다가 오히려 함께 죽음을 불러오는 경우가 허다해서 이럴 때일수록 느긋함과 차분한 행동으로 대처해서 위급함에서 헤쳐나가자는 이야기다.


 


 물 속에 빠진 아이가 친자식인지, 의붓자식인지 금방 알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에서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안다고 한다. 친부모는 무조건 물 속으로 첨벙 뛰어 들지만 직접 낳지 않은 부모는 차선책을 택한다고 한다.


 


 물 속을 들여다보고 구하는데 필요한 도구들도 챙겨보고, 옆사람들에게 도움도 청해서 급기야는 아무런 희생 없이 구해낼 수 있는데 친부모는 사랑과 모성애만 가지고 대책없이 뛰어들어 연쇄적으로 익사자를 낸다는 이야기이니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친부모가 아닐수록 느긋하고 침착하고 당황하지 않으며 그러면서 지혜를 짜서 구해낸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맞겠다. 어떤이는 이런 경우를 계모정신이라고 표현한 경우도 보았다. 계모는 이만큼 친모보다 느긋하여 결과적으로 자식을 구해낸다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경우 계모 정신이란게 얼마나 값진 교훈일까요?


 


느긋하게 지혜를 짜서 대처하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임을 강조해 보지만 상황이 상황이고 보면 쉽지만은 안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해보자고 말하는 것이다.


 


더 쉽게는 119로 연락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의 이야기다.


 


올여름에는 미리미리 익수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질 것이며 익수자가 생기더라도 이 계모정신인 느긋함과 당황하지 않는 상황에서 슬기롭게 대처하여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돌아오는 주말도 불볕더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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