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유치 경쟁

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또다시 방폐장과 같은 사안이 발생할 경우 당국이나 주민들이나 더욱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스웨덴의 두 도시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서로 유치 하려고 치열항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신문 기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두 도시가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방폐장은 경주에 건설중인 ‘중저준위 방폐장’ 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위험도가 있는 ‘고준위 방폐장’이다. 사용한 핵연료가 담긴 폐연료봉은 원자로에서 나올 때 온도가 400도에 달하고 30-40년에 걸쳐 서서히 식는다. 1미터 거리에서 36초만 쐬어도 약 3만3000장의 X레이를 한꺼번에 사람 몸에 대고 찍는 것과 같은 높은 위험도를 안고 있다.


 


 이처럼 위험도가 높은 방폐장을 유치하기 위해 7년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니 우리나라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 도시의 주민들은 방사선량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그전에 뜨거운 열기 때문에 타 죽을 것이라는 유해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두 도시의 주민들은 세계 최초의 고준위 방폐장을 유치하지 못해 안달이라고 한다.


 


 두 도시의 고준위 방폐장 건설 찬성율은 약80%대라고 한다. 경쟁을 벌이는 최대 이유는 엄청난 돈 때문이지만 1970년대부터 지질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이 지하 수백미터에 보관하면 안전하다는 점을 확신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무려 20년간 헤맨 것과 비교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왜 안면도에서 굴업도, 부안을 거쳐 경주로 결정하는 데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야 했을까.


 


 엄청난 돈에 대한 매력에 대해서는 스웨덴의 두 도시에 못지 않게 강조하면서도 주민들이 그 안전성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하는데는 실패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하기만 하다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방폐장을 서로 욕심내지 않을 까닭이 없다. 당국은 우리 지역 영광에 방폐장을 건설토록 하기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결국 경주로 결정됐다.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은 화력등 다른 발전소에 비하면 탄소배출량이 거의 없다고 한다. 체르노빌 원전의 사고로 인해 세계 각국은 원전 건설을 꺼려왔으나 지구온난화 문제가 제기되면서 ‘클린 에너지’로 중흥기를 맞고 있다. 영광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때도 엄청난 반대가 있었다. 군사정권의 강압이 아니었다면 아마 불가능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원자력 발전소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도 있지만 최소한 지역경제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학자들이 한 것 처럼 20-30년에 걸쳐 영광 주민들에게 안전을 확신토록 하는 데 성공했다는 가정을 해보자. 20년간 2조원 이상의 지역개발재원이 투자될 것이다. 지역의 숙원사업 지원 받을 수 있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도 영광으로 이전 된다면 그 파생효과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서 얻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에따라 영광의 인구가 늘어나고 주민 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나 자신도 영광에 원전을 건설한다고 할때부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세계 어디에도 지어진 적이 없는 고준위 방폐장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스웨덴의 두 도시 주민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앞으로 또다시 방폐장과 같은 사안이 발생할 경우 당국이나 지역 주민들이나 더욱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이같은 생각을 해본 것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20기의 원자력 발전기를 보유, 세계 6위 보유국이다. 물론 최고 수준의 운영기술을 갖고 있으며 지난 93년 중국 광동 원전에 운영기술 지원을 시작으로 원전 수출국이 됐다. 2012년에는 대형 원자로 표준 상세설계를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로부터 인가를 취득할 예정이다. 원전 설계 핵심코드 소유권도 확보해 수출 장애 요인을 제거, 구매자만 있으면 별도의 허가 없이 원전 건설이 가능해진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답게 원전 기술의 수출도 활발해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당국이나 후보지역 주민들 모두 ‘스웨덴식’ 접근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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